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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06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06.28 15:3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51

[중앙 시조 백일장-6월 수상작]

 

 

장원

수박을 썰다

한명희

 

 

몇 번을 두드린다 네 문을 열기 전에

손가락 움켜쥐고 가만히 귀 기울여

쓰라린 햇살을 찢는 바람 든 숱한 날들

 

붉은 살에 까만 사리 콕콕 박힐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속으로 울었을까

그 소리 발효된 자리 통통통 꽃 핀 공명

 

문 열어도 좋다는 맑고 고운 호흡들

한 입 가득 붉은 말이 달디 달게 스민다

내 안의 울음을 품고 수박을 쪼갠다

 

 

한명희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재학 중. 2021년 한국방송통신대 문연학술문학상 수상.

 

 

차상

김영희

 

 

한 획을 잘못 그어 얼룩진 화선지에

새 붓을 바꿔들고 마음잡고 앉았지만

비껴난 작은 획 하나 얼룩으로 남았다

 

지나온 걸음마다 궤적이 그려지니

나가고 들던 길목 허방에 남은 흔적

한 장만 새로 써 들고 다시 갈 순 없을까

 

세상사 가치들을 붓으로 적어보니

백지 위 그린 세상 너와 나 다름없어

빛내며 걷고 싶은 길 지워내며 걷는다

 

차하

감자 캐기

장애린

 

 

밭이랑 사이에도 밤하늘이 있었다

할머니가 캐어 올린 뿌리는 북두칠성

뚝 잘린 작은개자리 어설프게 집어든 나

 

 

이달의 심사평

수박 고르는 과정, 상상적 변용 돋보여

 

초록이 우거지는 계절이다. 보내온 응모작 또한 이 계절의 초록처럼 짙고 풍성하기를 기대하면서 심사에 응했다. 이번 달 장원작품은 한명희의 수박을 썰다로 선했다. ‘수박이라는 대상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을 넘은 상상적 변용이 돋보인다. 첫수 초장의 산뜻한 도치법 활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작부터 시선을 끄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수박을 고르면서 수박이 익기까지의 과정을 감각적인 비유로 형상화하였다. 다만 마지막 수의 종장이 앞에서 전개된 시적 의미를 받쳐주지 못하고 쉽게 풀려버린 아쉬움이 있다.

 

차상으로 선한 김영희의 은 빈 화선지 위에 한 획씩 글씨를 써나가는 과정을 통한 성찰의 마음가짐을 차분한 어조로 잘 직조하였다. 시적 대상과의 감정적 거리가 과하지 않고 유려하게 전개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궤적이 그려지니’, ‘붓으로 적어보니같은 고시조 풍의 어미처리가 거슬렸다. 분명한 종결형으로 처리하였다면 제재의 진부성이 주는 지루함과 익숙함을 조금 비켜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차하는 장애린의 감자 캐기. 지상의 밭에 밤하늘을 끌어들이고 거기서 캐낸 감자알에 북두칠성을 덧입힌 신선한 비유가 좋았다. 중장과 종장에서 할머니의 대비를 좀 더 선명하게 거둘 수 있는 시적장치를 고민했더라면 단수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시조를 고시조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대인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과 정서가 더 짙게 담겨져야 할 것이다. 조성연· 이유민의 작품들도 충분히 관심을 끌었으며 그 가능성을 점쳐본다.

 

서숙희(대표집필), 손영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