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심사평
1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중앙시조백일장도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다. 작품을 투고해준 예비시인들의 분투 노력이 고맙고, 뜨거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감사한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퇴고와 단련에 쏟을 노력이 기대되고, 지도 편달과 성원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달의 장원에는 홍성철의 ‘신도시 폐가’를 올린다.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기존의 집들은 하나둘 순서를 가려 허물어진다. 폐가를 보는 화자의 눈길이 연민으로 가득하다. “무너진 지붕 한쪽”엔 길고양이, 잡초가 우거진 마당엔 “널브러진 경운기”, “신도시가 마뜩잖은 늙은 감나무”와 “새집 달라 보채”는 두꺼비 울음소리까지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숨소리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화자의 마음도 함께 허물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처연”으로 시작해서 “새집”으로 끝내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다. 그것은 희망이다. 새집에 대한 희망이 어찌 두꺼비뿐이겠는가!
차상으로는 김미영의 ‘미생은 어느날’을 선했다. 연말을 앞둔 스산한 계절이다. ‘미생’이라는 시어가 품고 있는 의미는 언제인지 그 시기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다. “피 한 방울 없이 자리 하나가 잘려”지는 냉혹함이다. 직장인의 애환은 “밥벌이의 이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삶의 고투이다. 그런 현실적 삶을 노래하며 안고 보듬고 달래는 것이 시의 운명이니 어쩌랴!
차하에는 윤영화의 ‘김장’을 뽑았다. 김장과 절임의 의미를 새롭게 표현했다. 간을 보고 헹군 다음에 “노란 속잎에 그리움을 칠하는 것”이 바로 김장이다. 단수 시조의 묘미를 간파한 김장김치 맛이 신선하다.
김은생·남경민의 작품을 오래 읽었다. 기본기가 충분하므로 내년을 기대하며 계속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심사위원: 김삼환(대표집필)·서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