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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11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12.05 15:4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03

장원

신도시 폐가
홍성철

무너진 지붕 한쪽 황톳빛 처연하다
셈평 펴인 주인은 도시 생활 흔전대고
쫓겨난 길고양이가 새끼 낳고 사는 곳

잡초 마당 한구석 널브러진 경운기는
식구들 건사하다 삭아버린 가장이다
내 건너 아파트 숲을 미워하다 누웠고

신도시가 마뜩잖은 늙은 감나무는
올해도 주렁주렁 옛날 얘기하는데
울 밖의 두꺼비들이 새집 달라 보챈다

차상

미생은 어느날
김미영

사직을 권하는 척, 형체 없는 날 선 톱에
피 한 방울 없이 자리 하나가 잘려졌다
던져진 그녀의 이름표만 쓸쓸히 웃는데

정리된 사물함엔 빛바랜 유니폼
얼룩진 손거울이 동그마니 마주하고
마지막 ‘수고하세요’만 종일토록 붉은데

모퉁이에 밀려난 텅 빈 책상을 보며
내게도 올 불안에 내게는 안 온 다행에
내 쉬는 한숨의 정체, 밥벌이의 이 무게

차하

김장
절임이란, 잊고 산 걸

한 통 꺼내 간 보는 것

흙에 묻힌 엄니 생각
뽑아 들고 헹구다가

눈물 그,
노란 속잎에
그리움을 칠하는 것

이달의 심사평

1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중앙시조백일장도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다. 작품을 투고해준 예비시인들의 분투 노력이 고맙고, 뜨거운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감사한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퇴고와 단련에 쏟을 노력이 기대되고, 지도 편달과 성원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달의 장원에는 홍성철의 ‘신도시 폐가’를 올린다.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기존의 집들은 하나둘 순서를 가려 허물어진다. 폐가를 보는 화자의 눈길이 연민으로 가득하다. “무너진 지붕 한쪽”엔 길고양이, 잡초가 우거진 마당엔 “널브러진 경운기”, “신도시가 마뜩잖은 늙은 감나무”와 “새집 달라 보채”는 두꺼비 울음소리까지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숨소리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화자의 마음도 함께 허물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처연”으로 시작해서 “새집”으로 끝내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하다. 그것은 희망이다. 새집에 대한 희망이 어찌 두꺼비뿐이겠는가!

차상으로는 김미영의 ‘미생은 어느날’을 선했다. 연말을 앞둔 스산한 계절이다. ‘미생’이라는 시어가 품고 있는 의미는 언제인지 그 시기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다. “피 한 방울 없이 자리 하나가 잘려”지는 냉혹함이다. 직장인의 애환은 “밥벌이의 이 무게”를 견뎌야만 하는 삶의 고투이다. 그런 현실적 삶을 노래하며 안고 보듬고 달래는 것이 시의 운명이니 어쩌랴!

차하에는 윤영화의 ‘김장’을 뽑았다. 김장과 절임의 의미를 새롭게 표현했다. 간을 보고 헹군 다음에 “노란 속잎에 그리움을 칠하는 것”이 바로 김장이다. 단수 시조의 묘미를 간파한 김장김치 맛이 신선하다.

김은생·남경민의 작품을 오래 읽었다. 기본기가 충분하므로 내년을 기대하며 계속 정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심사위원: 김삼환(대표집필)·서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