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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04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1.05.01 18:3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72
석화石花, 그 에피그램  
-이수이
 
박물관 뒷마당엔 지지 않는 꽃이 핀다
언 손을 비비며 온 새벽녘 그믐달이
돌탑 위 널린 통점을 조심스레 들추고
 
더께 걸친 저 남루도 저문 날엔 날개라서
주저 없이 걸쳐 입자 쓰여지는 상형문자
초록빛 눈먼 시간이 점자처럼 번지고
 
사람은 그 누구나 외로 선 작은 돌탑
끊임없는 비바람에 이름조차 잊혀도
한구석 우뚝 선 채로
꽃 피우며 살고 싶다  
 
◆이수이
이수이

이수이

경북 영양 출생, 영양 문화원 백일장 산문부 장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중.

 
 
 
 
 
 

〈차상〉

황태, 몸을 풀다
-이종현
 
바닷속 기억들을 갑판 위에 부리고  
비릿한 언어마저 얼음 속에 쟁였다
내설악 입적하던 날  
눈꽃이 한창이다  
 
파도에 몸살 앓던 흔적을 끌어안고
횡계리* 들어설 때 사나워진 눈보라
속울음 덕장에 내걸고
묵언수행에 들다
 
실눈 뜬 봄바람에 산문 밖 훔쳐보다
고의춤 뒤적이며 잔 가득 목젖을 적신,  
속 쓰린 사내를 만났다
콩나물에 몸을 풀다
 
* 횡계리 : 강원도 평창의 황태 덕장
 

〈차하〉

할미꽃
-김정민
 
지난해 힘겨웁다
머리 풀고 가시더니
봄볕이 근지럽다
담 아래 슬쩍 오셔  
자식 줄  
멥쌀 한 그릇
고이 품고 졸고 있네
 

〈이달의 심사평〉

걱정도 불안도 잠시 놓고 꽃을 보는 4월. 목련과 벚꽃을 보내고 나니 연산홍과 철쭉이 또 왁자하다. 그것을 이은 것인가. 이 달 당선작들도 꽃들로 화사하다.
 
장원은 이수이의 ‘석화, 그 에피그램’이다. 박물관 뒷마당 돌탑에 낀 초록빛 이끼를 “지지 않는 꽃”으로 명명하였다. 탑은 영원히 죽지 않는 부처님을 모신 집, 부처님은 그 깊은 곳에서 오랜 세월 “돌탑 위 널린 통점”으로 내려앉은 사람들의 간절함을 읽는다. 그리하여 석화로 진리와 자비광명의 에피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유의 폭이 넓고 말의 직조 능력도 예사롭지 않다.
 
차상은 눈꽃을 배경으로 깔아놓은 이종현의 ‘황태, 몸을 풀다’로 정했다. 먼 바다에서 잡혀온 명태가 강원도 횡계리 덕장에서 황태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의인화하여 잘 묘사했다. 그런데 첫째 수와 둘째 수에서 이끌어낸 긴장감과 숙연함이 마지막 수에 가서 힘을 잃고 말았다. 시조의 힘은 각 장에서는 종장, 각 수에서는 마지막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차하는 김정민의 ‘할미꽃’이다. 꽃자루가 굽고 열매 겉을 덮고 있는 길고 하얀 털이 꼭 머리를 풀어헤친 할머니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할미꽃. 발상의 신선함은 없으나 끝없는 모성을 “멥쌀 한 그릇”으로 본 눈썰미가 좋았다.
 
‘벚꽃, 석별’의 정호순은 1편만을 보내와 아쉬웠고, 몇몇 투고자들은 시조의 형식을 갖추지 못해 안타까웠다. 김영순, 김홍유, 노경호의 작품은 마지막까지 겨루었다.  
 
시조시인 강현덕(대표집필), 서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