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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01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02.01 11:1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57

[장원]

햇볕 계단
김보선

짧은 치마에 담긴 햇살 어디로 간 건지
수많은 신발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창문은 빛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무릎 걸친 바깥은 안쪽의 배후를 알까
숨어 있는 반 지하 붉은 눈을 밝혀도
당신 꿈 도착하기 전 골목이 고단하다

평생 오르고 싶은 마음 속 햇볕 계단
눅눅한 반점을 군데군데 남겨놓고
한 번도 환해본일 없이 눈빛만 번식한다

[차상]

풍선論

이종현

태생은 말이야 얇게 저민 탄성彈性고무
입을 모아 날숨으로 한가득 넣는 거야
입구가 새지 않도록 묶는 것도 필수지
장소는 상관없이 혀의 경력이 필요해
팔방이 팽창해야 골목을 떠돌다가
부풀어 오른 소식에 귀가 달큼하거든
바람결 그러모아 은밀하게 덧칠할 때
귀를 닫고 돌아서 뚜벅뚜벅 걸어야해
풍선을 부는 입버릇 생이 가벼울 뿐이야

[차하]

모으고, 불러들이고
-김영희

1
뾰족한 자석 끝은 쇳가루를 모으고
신선한 튀는 발상 뭇시선을 모으고
아슬한 피뢰침 끝은 하늘 불을 모으고

2
햇살은 가린 뒤태 그늘을 불러들이고
평화는 풀린 경계 방심을 불러들이고
먹이는 발 빠른 소문 경쟁을 불러들이고

[이달의 심사평]

2022년 1월 첫 장원은 김보선의 ‘햇볕 계단’으로 올린다. 함께 보내온 세 편 모두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다. ‘햇볕 계단’은 반지하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빛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눅눅한 반점을” “군데군데 남겨놓고” “눈빛만 번식한다”라는 시어들이 녹녹지 않은 반지하의 삶을 잘 그려낸다. 화자는 첫 수와 둘째 수의 하강 이미지와 셋째 수의 상승 이미지를 차용해 “무릎 걸친 바깥”과 “안쪽의 배후”를 대비시켜 화자가 “평생 오르고 싶은 햇볕 계단”이라는 의미를 부여함으로 시적완성도를 높였다.

차상은 이종현의 ‘풍선論’이다. 입말의 묘미가 일품으로 조곤조곤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솜씨가 좋았다. 첫 수 “태생은 말이야 얇게 저민 탄성고무”에서부터 구체적인 시어를 사용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마지막 셋째 수 “풍선을 부는 입버릇” 과 “생이 가벼울 뿐이야”가 앞의 두 수를 받쳐줄 수 있는 의미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차하로는 김영희의 ‘모으고, 불러들이고’를 선했다. 이 작품은 우선 제목이 신선했다. 한 행 한 행 대구를 이루면서 각 장에 각운을 사용한 점과 활달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두 수가 어떤 연관성이 없이 나열로만 그친 점이 아쉬웠다. 그 외에도 황병숙의 ‘이등병의 소원’, 한승남의 ‘요정이 된 말뚝파스’, 박찬희의 ‘차를 마시다’ 최종천의 ‘약도’ 등도 오랫동안 들여다 본 작품들이다. 정진하시기를 당부드린다.

강현덕, 손영희(대표집필)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