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01월 중앙시조 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1.01.30 13:2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56

중앙 시조 백일장] 2021년1월 수상작

 

[장원]
고궁(古宮) 문살
-김호

 

 

은밀히 새 나오는 숱한 비밀 들었지만
격자의 틀 안에서 침묵으로 재웠습니다
세월의 모진 비바람 창호지는 찢기고

안과 밖의 소리를 조화로이 품으며
귀 열어 조심스레 경계를 지켰습니다
깍지 낀 손 놓지 않고 시간을 묻었습니다

결이 트고 갈라져 온몸이 삐걱대도
지켜온 지조와 결의(決意) 잊지 않았습니다
빛바랜 육신이지만 향기만은 남겼습니다

 

 

김호

1949년 부산 출생, 부산대 수학교육과 졸, 2006년 중앙시조백일장 차하, 2007년 시조문학 신인상, 부산시조시인협회 회원.

 

 

 

[차상]
편백나무 숲
-이성보

 

 

산중의 화선지에 정적이 먹을 갈아
빽빽이 휘갈겨 쓴 홀소리 ‘ㅣ’자들로
고요가 붓대 잡고서 서체 계속 다듬는다

차분한 정자체를, 활기찬 흘림체를
텃새와 말벗바람, 의견이 분분해도
수백 년 풍채 힘 모아 필획수련 끊임없다

하늘땅 맞닿도록 치솟는 기세만큼
넉넉히 양팔 낮춰 누운 풀도 다 보듬고
획 굵은 정신일도(精神一到)를 뿜어대는 피톤치드

 

 

 


[차하]
옥탑방
-서기석

 

 

발치에 마을 품어
하늘과 맞닿은 곳

수만 평 저 미리내
이마 위에 펼쳐놓고

밤마다
별을 새긴다
우화등선 꿈꾸며

 

 


[이달의 심사평]


새해다. 새해 첫 달이어서 응모편수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음에도 평년 수준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몇몇 새로운 이름들의 도전을 만나서 반가웠다.

 

이달의 장원은 김호의 ‘고궁(古宮) 문살’로 선정했다. 이미 익숙한 소재이기는 하나 고궁의 문살을 통해 우리 역사의 부침과 애환의 무늬를 낮고 곡진한 어조로 풀어 놓았다. 묵묵히 왕조를 지키는 충신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격자의 틀”을 “침묵”으로, “안과 밖” “품으며” “열어” 등의 시어들을 ‘문’과의 호응으로 이끌어 낸 점도 눈여겨보았다. 굳이 경어체를 쓰지 않았으면 가락이 더 유장하게 살아났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차상에는 이성보의 ‘편백나무 숲’으로 선했다. 산(숲)을 화선지로, 편백나무의 곧은 줄기를 “홀소리 ‘ㅣ’자들의 획으로 본 점이 신선했다. 차하로 선한 서기석의 ‘옥탑방’은 단수시조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간결하고 깔끔한 시어로 옥탑방이 상징하는 오늘의 소외와 결핍을 비교적 선명한 이미지로 처리하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였으니 소재의 기발함을 찾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는 보편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고 그것을 내면화하는가에 더 천착해야 할 것이다. 김재용ㆍ이인환ㆍ권선애의 작품을 눈여겨보면서 분발과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삼환 서숙희(대표집필 서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