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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1년 03월 중앙시조백이장 수상작 등록일 2021.03.29 13:3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91
 
[장원]
 

-권선애  

 
노모와 아들이 식어가는 햇볕을 센다  
아가야 밥물은 손가락 세 마디까지  
쉰 아들 몸만 불리고 멈춰 있는 다섯 살
 
밥통에 걱정을 앉혀 처음으로 밥하는 날  
취사 버튼 먼저일까 보온 버튼 먼저일까  
머리를 갸웃거리니 먼발치는 한숨이다
 
김 빠지는 소리에 걱정은 뜸이 들어  
눈앞에 뜨거운 웃음 골고루 퍼지면  
하루해 지탱한 관절 쭉 뻗고 한술 뜬다
 
권선애
      충북 음성 출생. 시란 동인. 안산여성문학회 회원.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차상, 2020년 장원.

   
 

[차상]

입춘
-조현미
 
촘촘 누빈 무명옷 솔기 그예 터졌는지
나목들 초리마다 목화송이 분분하다
햇살 휜 지느러미에 언 강도 길을 풀어
 
먼 북쪽 돌아오는, 그 발바닥이 가렵겠다
아랫녘 산 절집엔 잎이 버는 홍매화
붓두껍 밀어 올린다 입춘방을 적는다 
 

[차하〉]

간격 
-류용곤  

  
 
언제부터 가던 길 서리가 자라나고  
무심코 바람 불어 메말라 흩어지면  
앉고 또 일어난 곳엔 그늘이 서늘했다.  
 
좁혔다 벌어졌다 조급하게 가던 세상  
움츠려 몸 사리고 털어 낸 시간 속에  
조금씩 다독여 가며 다시 서는 그 자리.  
 

[이달의 심사평]

 

새봄 새 학기 등 시작의 달 3월. 새봄의 투고 작품들을 펼치는 손길도 더불어 설렜다. 장원으로 권선애의 ‘뜸’을 올린다. 지적장애를 가진 쉰 살 근처의 아들과 그 아들을 돌보는 노모의 안타깝고 애틋한 상황을 잘 녹여냈다. 자칫 뻔하고 작위적인 설정이 될 수 있음에도 감정의 과잉이나 무리 없는 전개로 안정감을 확보했다. 사람 냄새가 잔잔하게 묻어나는 영상을 감상하는 느낌이랄까. 시조라는 정형의 틀에 이만한 내용을 앉히기까지는 오랜 습작의 과정을 거쳤음을 확인케 했다. 세상의 ‘걱정’들을 ‘웃음’과 ‘관절 쭉 뻗’는 긍정의 밥으로 승화시켜 줄 ‘뜸’이라는 뭉긋한 삶의 과정이 문득 그립다.
 
차상은 조현미의 ‘입춘’이다. 봄을 기다리는 깨끗한 설렘을 감각적인 이미지로 잡아냈다. 특히 ‘터졌다’ ‘분분하다’ ‘푼다’ ‘가렵다’ ‘번다’ ‘밀어 올린다’ 같은 생동감 있는 동사와 형용사를 각 장마다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선명성을 내세운 점이 돋보였다.
 
차하 작품인 류용곤의 ‘간격’은 추상적인 제재를 관념화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사유로 녹여내어 내면화에 가까이 간 작품이다. 다만, 보다 구체적인 대상을 잡아서 썼더라면 제목의 추상성과 결합하여 시적 완성도를 더 높였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아직도 시조의 겉멋만 알고 쉽게 접근한 작품들이 많았다. 시조는 글자 수만 맞추는 시가 아닌, 대상을 내면화하는 시적 역량 위에서 정형의 가락을 자연스럽게 부려야 할 것이다. 한영권의 ‘파리보살’같은 해학 넘치는 작품과 배순금, 박꽃실, 이대규 씨 등의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
 
심사위원: 김삼환·서숙희(대표집필 서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