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박민교 앞과 뒤의 맥락이 끊겨서는 안 된다 밀도 없는 말은 원관념을 넘어서고 방임도 두기로 한다 둘 다 설 수 있을 때까지 양단(兩端)이 대치하는 즉흥적 설정으로 경계를 넘지 못하는 밀폐된 혼잣말 가두고 있어야 하는가 미열을 앓듯이 사랑의 보조관념은 미완의 기교일 뿐 한정된 온도로 최후를 증명한다 동시에 하나로 모인다 절정에서 맞닿는다
「 1967년 서울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동양철학 전공 석사.
」 사의재*를 읽다 -김숙 유배로 울타리 친 적막한 세상 뒤쪽 포구를 당겨 놓은 기억의 저 편에는 시대에 표류를 했던 한 사내가 보인다 눈 붉은 위리안치 문뱃내 뱉고 있고 주모의 죽비 소리 초당을 깨워간다 적소를 적신 어둠에 베갯잇이 젖는데 목민의 뜨거운 꿈 기지개 켜려는가 갈증이 잦추러 대는 꼿꼿한 붓끝 너머 조선의 어둑새벽이 희붐하게 열린다 *다산이 강진 유배 초기 4년간 머물렀던 주막집 폐업 -김현숙 멈춰 선 조리기구 불 꺼진 조명 간판 금전수 된서리에 시한부로 누워있고 뻘쭘한 ‘대박나세요’ 흙바람에 나부끼네 밤바람이 다소 드세긴 해도 눈부신 4월이다. 이달 장원은 박민교 씨의 ‘접속’이다. 언어의 원관념이 비유의 과정이 되는 보조관념을 거쳐 어떻게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는지를 잘 나타냈다. ‘앞과 뒤의 맥락이 끊’기지 않고 ‘한정된 온도로 최후를 증명’하기까지를. 이는 또 열고, 펼치고, 맺는 시조의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언어의 다층적 매력을 잘 나타내었다.
차상은 김숙 씨의 ‘사의재를 읽다’다. 목민심서 탄생 비화다. 시대를 아파하는 180년 전의 다산을 소환해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소리도 기승전결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무척 안정적이다. 첫 수는 기, 둘째 수는 승, 셋째 수는 전과 결에 해당한다. 이러한 시적 전개 논리가 신뢰를 불러일으켰다. 차하는 김현숙 씨의 ‘폐업’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더 많이 보이는 가슴 아픈 현실을 짧고 강렬하게 그렸다. 거기 있는 식물이 ‘금전수’라 더 슬프고 나부끼는 깃발에 적힌 글씨가 ‘대박나세요’라 더 아프다. ‘멈춰 선 조리기구’나 ‘불 꺼진 조명 간판’과의 선명한 대비가 주는 효과다. 조우리, 최영근, 남궁증 씨의 작품들도 한참 논의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김삼환, 강현덕 (심사평: 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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