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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9년 01월 수상작 등록일 2019.01.30 11:0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81
<장원>
날고 싶은 잠자리  
-주연   
     
 
요양원 창틀 안에 말라붙은 잠자리가  
마주 선 치매 할머니 발길 잡고 속삭인다  
날개를 주고 싶다고, 같이 날고 싶다고 
 
출구를 찾지 못해 버둥대며 말라갔을  
혼자서는 열 수 없는 문 앞을 서성이다  
퀭하게 빠져나간 기억 혼자 담을 넘나들고  
 
꽃 시절 무용담에 시소 타는 퍼즐 조각  
꼭 붙든 이름 석 자 어둠 헤칠 단초 될까  
허공에 길 잃은 메아리 기우뚱 날고 있다  
 
◆주연
주연

주연

1970년 충남 광천 출생. 제9회 문경새재 전국 시조 공모전 참방, 제2회 방촌 황희문화제 청백리백일장 시조 대상. 
 
<차상>
목젖이 붉다  
-이종현  

 

 

 
      
요양원 침대에서  
기억을 그러안고  
허공을 색칠하던,  
아줌마 또 왔어!  
노을을  
움켜잡은 딸  
목젖 붉게 덧칠하다    
     
 
 
<차하>
희망자원 앞에서
-박숙경  
 
 
     
흘러내리는 하품을 간신히 달래놓고  
막다른 골목까지 몇 바퀴 훑고 나면  
무시로 되돌아나간 희망 한 줌 되찾을까  
 
빠진 앞니 움푹이 새어든 파란만장  
손가락 마디마디 수없이 박힌 옹이  
늑막과 늑막 사이에 압축된 저, 빗금들  
 
굽신거려 발굴한 누군가의 과거를  
곱잖은 시선 등지고 손수레에 싣는다  
경적과 시시한 연민은 잠시 접어두고서  
 
불법과 합법 사이 아슬아슬한 편견들  
최후진술 즐비한 문밖에서 듣는다  
당신의 오래된 희망 아직도 유효한가요?  
  
 
<이달의 심사평>   
 
신춘이라는 말은 봄을 성급히 기다리는 마음이니, 시인들은 벌써 땅 밑을 흐르는 봄의 물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 기대감을, 앞선 12월에 탕진한 탓인지 투고작의 역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은 1월의 서정에 맞게 희망과 소진된 기억을 붙들고 시조의 묘미를 되살려 주었다. 이번 달에는 우선 상징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에 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입상작들은 공히 쇠락한 노년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이지만 이를 압축된 서정 속에서 어떻게 보편적 상징으로 심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장원에 오른 주연의 ‘날고 싶은 잠자리’는 잘못 날아들어 창틀에 갇힌 잠자리를 치매 할머니의 한계 상황에 등가적으로 대입해 인간 삶의 쇠잔한 형상을 보편적 상징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각 수의 종장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된 ‘날개’ 이미지를 통해, 저 건너를 엿보는 초월적 비전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차상에 오른 이종현의 ‘목젖이 붉다’는 단시조의 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장에서 “허공을 색칠하던,/ 아줌마 또 왔어!”와 같은 극적인 반전을 통해 행간에 공백(空白)을 만들어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더구나 “노을을/ 움켜잡은 딸/ 목젖 붉게 덧칠하다”와 같은 종장은, 이전의 상황을 ‘붉음’ 이미지로 집중시키며 슬픔을 극대화한다.
 
차하로는 박숙경의 ‘희망자원 앞에서’를 선한다. 구체적인 상황과 활달한 말맛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풀려 있는 것이 흠이므로 전체 내용을 두 수 정도로 압축하면 좋을 것이다.
 
1월의 투고작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회상적인 정조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약이나 청년 혹은 노년이 가진 심혼을 드러내는 글을 기대해 본다. 끝까지 남아 논의된 글 중에는 조우리, 문혜영, 조긍, 하수미 등이 있었다.  
 
심사위원: 염창권·김삼환(대표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