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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7년 07월 수상작 등록일 2017.07.29 16:2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075

 

[장원]

 

천원의 네일아트

-안태영

 

독거용 삶이 맡긴 마늘을 까던 노인

독 올라 곪은 손톱, 입으로 빨아낸다

철 지난 봄을 빼기엔 외로움이 너무 깊다

먼저 간 영감탱이 꼬집던 생살 기억

한줌씩 팔 때마다 선짓빛 물이 들어

맷돌의 아랫돌 같은 신음으로 토한다

살갗은 남아돌아 깊게 팬 주름살이

천원에 떠리미요, 난전에 묻히던 밤

할머니 말간 새살이 가로등에 빛난다

 

 

안태영

1958년경북 영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대학원. 8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청풍명월정격시조문학회장, 충북 제천시 의림여자중학교장.

 

 

[차상]

 

노량진 일기(日記)

-남궁 증

 

익숙하게 자명종이 외투를 삼켰다

맨땅에 등을 기대면 허기의 뼈가 만져졌다

홀쭉한 몸뚱어리가 한 평 설움에 울었다

고삐 풀린 목마련가 돌고 돌다 멈춰서면

좌표 잃은 나침반처럼 스륵 풀린 헐거운 몸

간밤의 비망록들을 쪼그려 읽고 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쏜살 같이 가는 세월

남겨진 낯선 생은 꽃으로 피어날까

노량진 허연 철골이 자정으로 치닫는데

책속의 잔뼈들이 활어처럼 파닥이면

부르튼 눈망울에 반짝! 켜지는 느낌표 하나

오늘도 다시 뛰어야지 횡단보도는 파란 등이다

 

 

 

[차하]

 

홍어의 시

-김성이

 

절이고 비린 바다

켜켜이 삭히다가

코끝의 시큼함으로

온몸까지 삼켜버린

더없이

싱싱했던 날의

햇살 속

저 지느러미

 

 

[이 달의 심사평]

 

참 덥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에는 응모 편수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늘었다. 게다가 여느 달과는 달리, 응모작 가운데 시조 형식을 갖추지 못한 작품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막상 그래 맞다, 바로 이거야!’ 하며, 번쩍! 들어 올릴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아서 오랫동안 고민하게 했다.


장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안태영의 천원의 네일아를 장원으로 뽑기로 했다. 이 작품은 우선 가락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율격적 신명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잘 다듬어진 시조의 형식에다 이 시대 민중들의 아픔을 버무려내는 솜씨가 일정한 내공을 느끼게 했으며, 특히 맷돌의 아랫돌 같은 신음으로 토한다같은 신선한 구절에 방점을 찍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난해성이 작품내적 필연에 따른 불가피한 것인지는 깊이 음미해 보기 바란다.


차상으로는 그 어렵다는 취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뇌에 찬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의 좌절과 희망을, 다소 파격적이긴 하지만 역동적으로 담아낸 남궁 증의 노량진 일기(日記)’를 뽑았다. 이 작품의 경우도 익숙하게 자명종이 외투를 삼켰다거나 허연 철골같은 생경한 비유가 마음에 걸렸다. 차하로 뽑은 김성이의 홍어의 는 홍어의 숙성과정을 간결하게 포착한 소품으로, 특히 종장 처리가 발랄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모두의 정진을 기원한다.


심사위원: 박명숙·이종문(대표집필 이종문)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