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포클레인 삽날이 새벽을 걷어낸다 땅 열리는 소리가 멀고도 가까운 듯 귓가에 뿌리처럼 얽혀 꾸역꾸역 내뻗는다
마당에 자목련이 복어배처럼 부푼 날 이승을 돌아들어 봄 흔든 사흘 밤낮 나는 또 삼십 년 만에 당신을 마주한다
명치끝이 꽉 메여 닿을 수 없던 길이 머리카락 한 뭉텅이 서너 줌의 유골로 시간은 한 생을 벗고도 오므린 꽃잎 같다
멈춘 심장 에크모로 두어 시간 깨워도 어린 것들 놔두고 먼 길 간 어미 마음 마흔넷 말끔히 지우고 또다시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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