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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 등록일 2023.01.07 15:1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5

고성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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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1950년 제주도 서부 한림에서 태어났다. 제주일고와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제주여자학원에서 국어교사를 거쳐 2013년 제주여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1987년 우리 전통시 시조로 문단에 나와 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 『시인의 얼굴』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 산문집 『내 마음의 연못』을 출간했다. ‘제주문인협회’,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수풀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운앤율’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동백예술문화상, 2011년 제주특별자치도 예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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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부서질 줄 아는 사람
외로운 섬
파도 됩니다
바다, 그 아무리 넓어도
발끝까지 어루만져
그리움
보석처럼 빛나
별로 뜨는 
섬 하나




다려도



1

섬도 물도 아니어서
여라고 하는 걸까
바람에 지워질 듯
여덟 개 점으로 찍혀
태공들
무념無念의 낚시를
물고 아니 놓는 섬



2


보고도 가지 못하는
눈앞의 북촌마을
파도를 베고 누우면
둥둥 떠 밀려나 갈까
달려도
다시 달려도
제자리인 다려도



인연


나는 섬
홀로 있듯
너도 섬
멀리 있었다
노인은 실끈을 묶어
우리라는 다리를 놓다
당기다
끌다
다시 당겨
드디어 만난
당신




우체통


비자림로 1322
전입 신고 마쳤다
빨간 우체통
보란 듯이 내다 걸고
열흘간
매일 또 봐도
엽서 한 장도 없다


수도세 전기세도
하물며
교통범칙금도
그렇담 재산세까지
한꺼번에 오려나 봐
파랗게
그리운 사람
내가 찾아
먼저 쓰자




사성암 가는 길



왜 이리 가파른가
사성암 가는 길은
숨 가쁘면 하나씩
내려놓으라
내려놓으라
깨달아
절로 합장해도
마주 선 삶의 절벽


유리광전 댓돌에는
기도들이 가지런하다
원효대사 손톱으로 새긴
미륵불 앞에 서면
섬진강
굽이굽이로
화엄경이 흐른다






수박 껍질



다 비운
수박 껍질
단맛은 가셨어도


싹뚝 썰어
간에 삭히면
사각사각 씹히는 맛


입 안에
군침이 도는
깍두기로
익고 싶다




어딘가 있을 거야



클로버 흰 꽃 보면
반지가  생각나는
배꽃 같은 순이
그냥 웃고 있을 거야
꽃 지고
눈 쏟아져도
어딘가 있을 거야


오일장 뻥튀기 앞
귀 막고 서 있었던
삼동 따먹고 까만 나를
깔깔대며 웃던 철이
강냉이
터져 없어도
어딘가 있을 거야




4월, 신엄 바닷가



신엄 바닷가, 4월엔
신음소리 가득하다


총 맞은
표적지처럼
뻥 뚫린
까만 돌들이


이제는
쉬고 싶다 잊고 싶다


파도는
가슴만 치고





타조 駝鳥



걸어서 갈 수 있어도
섬이라면 섬인가
날지 못하고 달려도
새라면 새인가
시 닮은
시 쓰지 않아도
시인이라면 시인인가



타조 그럴듯하다
짐승인가 새인가
신안의 압해도는 차로 가도 섬인가
사전은
바보들의 책
낙타는 조류
압해도는 섬







길은 아프다



도시의 길은 아프다
직선은 군더더기
상.하수도 통신선
가스관 곁에 전선까지
대수술
다시 파헤쳐
실핏줄 또 터진다



시골길 휘어져도
정겹다 속살까지
가로수 없는 길엔
전신주 외려 정겹다
늦어도
돌아서 가는
종점까지 늦게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