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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소영 시집 <두근두근 우체국>
등록일
2023.06.08 19:4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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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사인의 꿈을 안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 졸업 후에는 삼희기획과 코래드에서
광고 카피라이터를 하며 창작보다는 여행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으로 시조와 연을 맺은 후
2014년 <유심>으로 등단해 비로소 시집을 내게 되었다.
2020년부터 불교신문 <문화인>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언젠가는 소소하지만 소소하지 않은 일상과 여행을 접목한 에세이집을 내고 싶어 하는 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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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감칠맛 부족하다니 갖은 양념 넣고
때깔이 안 좋다니 광택제 뿌리고
현실감 떨어진다니 땅 위에 발붙이고
너무 가볍다니 모래주머니도 차보고
한쪽으로 치우쳤다니 균형추를 매달고
오타와 숨바꼭질하다 술래 놓치기 일쑤
붙였다 떼었다 결국엔 돼지 꼬리 땡
수십 번 목차에서 넣고 빼고 생고생했네
시집아
나오기만 해봐라
그때부턴 네가 시집살이다
중년의 법칙
기억력 사라진 자리 건망증 채워지고
빠지는 머리숱만큼 지혜가 자라난다
세월이 가르쳐주는
질량불변의 법칙
봉긋하던 쌍봉은 쭈글쭈글 처지고
탱탱하던 뒤태도 조금씩 내려앉는다
샤워 후 몸에게 배우는
만유인력의 신비
담쟁이덩굴
담을 어루만지며
사랑담을 쌓는다
연애가 무르익으면 한층 붉어진 얼굴드리
오른다,
끌어안는 것만이 사랑이라고
담담하게
그랬더라면
힘들어 그 말에 위로를 얹었더라면
희망도 부패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더라면
사랑도 이사 갈 수 있다는 걸
조금 빨리 알았더라면
그 사람 이야기를 활자보다 더 믿었더라면
몸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였더라면
모든 걸 말하지 않고
비밀 하나 간직했더라면
마트에는 없는 긴 이름의 그랬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먹어본 그랬더라면
늘어진 생활을 쫄깃하게 세워주던 그 라면
포옹
이해가 오해를 꼬옥 껴안는다
그리움이 기다림을 부둥켜 안는다
가슴이 우표가 되는 두근두근 우체국
밥
전경들 광장에서 점심을 먹는다
김치와 생선조림 된장국 식판 들고
소풍 온 아이들처럼 나란히 먹는다
때를 맞춰 건너편 시위대도 먹는다
아내가 정성껏 싸준 계란말이 도시락
이어갈 투쟁을 위해 전투적으로 먹는다
양쪽을 취재할 기자들도 먹는다
퉁투 불은 짜장면에 젓가락 부러져도
만인의 밥은 평등하다는 기사를 쓰기 위해
신장개업
평생 벼룩만큼은 튀어 오르지 못하고
맛보기 인생만 실컷 맛보았는데
실적에 목숨 걸다가 실직당한 황 부장
실적에 목숨 걸다가 실직되고 보니까
맛보기 인생은 실컷 맛보았으니까
한 번쯤 벼룩만큼이라도 튀어 올라 보려고
당신
창밖에 한 무더기 벚꽃 흐드러지고
벚꽃 흐드러지고 눈물꽃 흐드러지고
목숨이 깎여가는 동아 태엽은 멎고
사랑은 필요할 때 살 수도 있다지만
이별은 너무 비싸 살 수 가 없네
마취로 마취되자 않는 기억으로 남네
마음은 먹는 줄만 알고서 살았는데
놓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을 대
그동안 내가 앓아온 것은
당신이었습니다
그대 이름은
가시밭 걷다 보니 가시밭도 길이 되고
향기는 사치이게이 몽땅 주어버리고
묵묵히 장미꽃 키우며 울타리가 된 어머니
감사해요 사랑해요 말 한마디 못 들어도
서운하다 속상하다 말 한마디 못 한 당신
비로소 장미라 부르고 싶다
가슴에서 피는 꽃
소나기
꽃잎이 젖는다
풀잎이 젖는다
바람이 젖는다
더위가 젖는다
여름도 젖고 싶은 순간
수지침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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