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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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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상보 시인 시집 <나도 눈웃음을 친다고요> 등록일 2023.06.23 13:2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19


양상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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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보

제주서귀포 출생, 2021년 <문학청춘> 신인상 등단,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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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


그때 너는 별이었다. 봄 졸음에 떨어진 별

<5.16>도로 버스 창가 가만히 어깨에 닿던

지금도
수평선 너머
한 번씩 떠오르는


두럭산*


아무렴, 제주섬엔 바다에도 산이 있지
오름과 오름 사이 사연 따라 맨 끝자락
꺼벙이 울음소리를 놓쳐버린 한 사내

넘놀듯 숨비소리 망태기 매달고서
때떼이 떠나니며 그렇게 살아왔지
여태껏, 뭉크러진 채 주저앉은 모습으로,

한라산 구구계곡 돌아 나온 영등바람
파랑 속 등성이가 산이라 우기는 날
김녕리 소소리바람 파도치듯 달려온다



*제주 김녕리 앞바다에 있는 암초.


구명수鳩鳴水


산방산 서녘 자락 비둘기가 산다길래
간밤, 어둠을 털고 유영하듯 다가가니
한 세월
더깨만 같은
곡소리 구슬프다

바닥에서 펑펑 솟는 물줄기 우는 소리
목울대 풀어놓고 한참을 구구~댄다
눈물로
씻은 봄 햇살
찰랑이며 오는 아침



침묵


세상은 언제까지 묵언 수행 하려는가

오늘의 올레길은 탁발승 따라가는 길

수월봉 파도 소리도 절을 향해 가듯이

누구를 따라왔나 또 누가 따라오나

한 굽이 돌 때마다 창궐하는 바이러스

네 이름 그냥 삼키듯 마스크로 닫은 말문



오메기를 아십니까


한라산 합곡혈合谷穴에 침을 꽂듯 파 내려가
움트는 어린것들 곧추듯 달래어서
굼깊은 빌레왓*에서 버탸낸 식솔의 입

겉도 속도 때깔도 없이 오로지 맨밥 같은
무쇠솥 팔팔 끓듯 검부잿빛 둥둥 뜰 때
우리들 배를 채우던 그 시절 할머니 떡

이름자만 앞세웠네, 서귀포올레시장
좌판마다 가짜들이 주인행세 한창이다
말재기 떡고물 덩이 마뜩잖아 눈 돌린다

 *'자갈밭'의 제주어


나도 눈웃음을 친다고요


바다끝 영토에서 겨울 잠 다 물리친
우영팟* 귤꽃들은 눈짓이 한창입니다
맞아요, 가을로 쏘는 한 다발 금빛 웃음

겨우내 깃들어 산 동박새 날갯짓에
동백의 눈웃음도 이렇게 곱습니다
통째로 목을 놓아도 다시는 어둡지 않을

궤적을 짊어지고 버텨낸 오늘에야
가열하게 피느라고 눈부터 웃습니다
마지막 용틀임으로 한 발 더 내딛느라


괘종 시계


어머니는 가셨어도 숨결처럼 남아있다

고향 집 상방마루 불알 달린 괘종시계

막둥이 세상에 내놓고 늦을세라 태엽 감는


산지등대


사라봉 솔밭끝에 까치발 하고 서서

천방지축 세상사를  낱낱이 지켜본다

밤새껏 맴맴대느라 어깻죽지 푹 내리고

언덕밥 익어가듯 들고 나는 사연들이

적멸과 점멸사이 불빛 따라 내달린다

가엾은 여우별처럼 새벽을 부려놓고


코스모스 수저통


시장통 칼굿수집 너나들이 수저통엔
지는 법 잊었는지 사철 피는 꽃이 있다
정겹게 
촌스러워서 외려 너 눈이 가는

할머니도 아저씨도 제비뽑듯 뽑아 들고
지난 세월 그지없이 암팡지게 말아 올린다
한 통 속
한통속들이 복작복작 살고 있다


구좌햇당근


갓 터진 봄바람에
옹골찬 세화오일장

가슴팍에 이름 달고
히덕히덕 돌아 나와

새색시, 대년을 하듯
말긋말긋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