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발로 뒷발은
창유리 한복판을 노린재가 기어오른다
유소유 허허발판 무소유 뿔 세우고
앞발로 길을 내면서 뒷발은 길 닫으며
세렝게티
새끼 잃은 누 떼가 느린 바람으로 간다
이따금 응시하는 젖은 누낭울 언뜻
부시다
휜 보복 너머
대자연을 켜는 빛
박수기정 관점
마그마 더운 피가 파도에 굳어 버렸다
한라산 울분이 성두리째 엉겨 붙었다
난드르 그 갯바위가 드러나났다 잠겼다
날 세운 마음을 날 선 바위로 갈아내면
울분도 더운 피도 바람에 모두 불리고
게으른 사내의 평화 잠겼다 드러났다
알뜨르비행장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없는 아이와
눈도 코도 혀도 귀도 없는 파랑새
이래도
우린 괜찮아
알아볼 수 있잖아
갈아엎은 활주로 밟고 핀 무꽃무리
전장에 스러져 간 평화를 세우면서
그래도
이 세상에 서 있잖아
이빈
널보내고 오는 길 너 숨긴 달을 만났다
반쪽을 잃은 하현 네 한쪽처럼 웃었다
빛나는 별 둘이 총 총 그의 뒤를 따랐다
딋달이 되어버린 널 찾아 두릿거린다
차올라도 이지러져도 보여주지 않는 면
아 멀다 귀잠에 빠진 널 깨워야 하겠는데
고집의 끝
미처 글러브도 없이 특설 링에 세워진
나는 누군인가 여긴 또 어디인가
세상은 해답 대신에 주먹부터 날린다
젠장, 이런 라운드 오르려고 올랐어
푸념이듯 잽 잽 항전이듯 어퍼컷
한 방에 때려눕히란 턱도 없는 주문을
사각의 링이면 벌써 누워 버렸지
몇 방 들어오고 멕이는 거 별거 아냐
흰 수건 내던지지 마 끝까지 가 보겠어
제라하게
어머니 오늘도 책 하영 읽었수광
오게 우리 딸 시집도 읽고 성경책도 읽었쪄 니네 키우멍 덮어놨던 책 보젠허난 눈도 아프곡 머리도 지끈거리곡 오죽 곱곱헌 말이가 경허여도 읽엄시난 재미정 소리내멍 읽엄쪄 소리내영 읽다보민 나 말고 꼭 누게 이신 거 닮아 당신 목소리에 당신이 기대어 사시는구나, 책 읽으멍 하영 배왐쪄게 남헌티 더 잘 허여사켜 엉턱도 부리지 말곡 이 나이에 무신 부릴 엉턱이나 이시냐마는
책 보멍 제라하게 좋은 건 시간이 어떵 감신지 몰람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