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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23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23.01.02 10:0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29

[2023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조]

염낭거미 

김미진

허공에 그물 던지던 아버지는 어부였다
명주실로 목숨 기워 물살을 끌어당기면
나선형 하늘이 깨져
금 간 꿈이 만져졌다

숨비소리 들려주던 어머니 먼저 보내고
날마다 내장 뽑아 벼랑에 오를 때면
바다에 뜬 집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투망질을 할수록 세상은 징소리 같아
지나는 바람까지 물고 있는 지독한 허기
불안을 걸어둔 허공
자식들이 끈적인다

투명한 줄을 엮어 수의 짜던 아버지
시린 생이 뜬 바다는 팽팽하고 가파른데
새벽녘 거미줄에 걸린
저 금빛 이슬 한 방울


[시조 심사평- 문무학] 압축하는 힘, 안정된 가락 돋보여

본심에 오른 15명의 작품 53편은 그야말로 신춘문예 예선을 통과하는 그 수준이었다. 정형시인 시조가 요구하는 형식의 문제를 소화하고, 작품마다 버리기 아까운 한 구 혹은 한 장이 들어 있어 내려놓기가 망설여지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글쓰기 자체를 소재로 삼은 작품, 물을 읽는 화자와 구두병원이나 사막을 기웃거리는 화자들이 엉키고 배치해 놓은 미학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여러 번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염낭거미’였다. 어부인 아버지의 한 생애를 시조 네 수로 압축해 내는 능력이 돋보였고, 시조의 숨은 형식인 가락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거미는 줄을 치고, 아버지는 그물을 친다는 동질성에 착안, ‘염낭거미’를 비유로 끌고 온 것은 작품의 격을 높인 재치다. 언어에 세계에 거미가 줄을 치고, 바다에 그물을 던지듯이, 3장 6구의 정형을 던져 ‘금빛 이슬 한 방울’ 건져 올린 것은 당선의 영광을 누릴 만한 일이다. 당선을 축하하고 정진하길 바란다. 


[당선소감] 시조 - 김미진
'복시로 힘들때 베토벤 생각하며 마음 다잡아'


안개에 눈이 찔린 적이 있다. 갈피마다 절망을 끼워두고 강물은 저 혼자 그렇게 흘러갔다. 먼 곳의 울음소리로만 들리던 그 강물이 내게로 아프게 흘러왔다. 어둠을 귀에 넣고 환희의 송가를 이룬 악성 베토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당선 통보를 받고 기쁨 뒤에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복시로 뭔가에 매달려야만 했던 시간들, 문학을 꿈꾸었던 여고생이었던 나, 대학 시절 문학개론을 수강하고 싶었으나 어쩐지 두려워 끝내 수강하지 못했던 기억이 스쳐 갑니다. 유튜브 ‘문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용기를 내 독학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은 소리가 끝나는 곳에서 그림은 색이 끝나는 곳에서 모든 예술은 시작한다’ 출처가 기억나지 않은 생생한 누군가의 글, 저는 시마를 물리쳐 물러나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을 보는 데 장애가 있을지라도, 蛙聲十里出山泉(와성십리출산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 십 리 안에 반드시 샘물이 있다.” 시조 곁에서 새 샘을 찾았으니 저를 힘들게 한 내 병에게도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복시로 책을 보기 힘들어 혼란스러울 때 ‘그림은 보는 시’라며 그림에 대한 이해와 해설을 아끼지 않은 화가 조순연 선생님, 화가 박수경 선생님, 최여숙 선생님, 칭찬과 격려로 늘 당근과 채찍을 준 시인 김수진 선생님, 이 네 분의 우정과 배려에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을 챙겨준 남편, 아들과 딸에게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약력]김미진
-1961년 광주출생
-목포대학 무역학과 졸업
-현)온라인 식품거래업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