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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곤을동을 걸으며 등록일 2016.12.25 22:2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047

곤을동을 걸으며




곤을동 올레길을 천천히 걷는 것은

혼자 몰래 눈물을 훔치기 위해서다

무너진 그 돌담만큼 아픔을 참으면서


때마침 마을 한편에 봉화가 타오르듯

서둘러 유채꽃이 꽃망울 터트리고

별도봉 고개를 돌려 딴전만 피운다


소개령이 끝난 지 몇 십 년이 흘렸건만

오름에 숨어 울던 들꿩마저 터를 잃어

그 날을 증언이나 하듯 몸을 낮춘 집터들


잠자던 파도만이 지난날을 용서하며

아무도 기억 않는 곤을동 마을길을

허무함 가슴에 담아 무딘 걸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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