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을동을 걸으며
곤을동 올레길을 천천히 걷는 것은
혼자 몰래 눈물을 훔치기 위해서다
무너진 그 돌담만큼 아픔을 참으면서
때마침 마을 한편에 봉화가 타오르듯
서둘러 유채꽃이 꽃망울 터트리고
별도봉 고개를 돌려 딴전만 피운다
소개령이 끝난 지 몇 십 년이 흘렸건만
오름에 숨어 울던 들꿩마저 터를 잃어
그 날을 증언이나 하듯 몸을 낮춘 집터들
잠자던 파도만이 지난날을 용서하며
아무도 기억 않는 곤을동 마을길을
허무함 가슴에 담아 무딘 걸음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