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나 여기까지 와서 노숙을 하네, 그려
느닷없는 폭설에 갈 곳은 이미 잃어
밤새워 뒤척인 시간 하얀 등뼈 드러나고
바람도 외면하는 차디찬 바닥위에
찢어진 종이상자 깔고 앉은 난민처럼
길 못 뜬 수만 명 인파 가슴만 타들어가
희망마저 무너진 대합실 어디쯤에
오지 않을 순번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약속 된 시간을 찾아 물음표를 던진다
길 끊길 줄 알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해
혼자서 능청떠는 저 거친 눈발 따라
오늘도 시린 몸 달래며 또 한 밤을 지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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