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은행나무 1
세월의 덮개를 차곡차곡 얹혀 놓고
가을 햇살 반짝이는 거리로 나섰더니
빛바랜
은빛낙엽만
묵도하고 있는 한낮
고얀것, 어디라고 질퍽하게 배변을 해
느닷없이 까치 한 마리 머리를 치켜들고
낮술에
취한 반달만
옷을 고쳐 입는다
사내는 담 뒤에서 에쎄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뱃재를 털수록 높은음자리로 오는 가을
먼 길을
떠날 준비로
만추의 빛은 분주한데
태엽이 풀려 낮은 포복으로 가는 낙엽
휘장 두른 은행나무 오한에 떨고 있고
가을 빛
두 어깨 위에
금침 하나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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