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블랙박스
겁도 없이 달려와 내리 꽂는 낮달 하나
빛 고운 햇살 앞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봄빛이 하도 야무져 저리 두고 그냥 왔네.
꽃잎 따라 봄버들도 제 갈길 찾아가고
고요 속 흔들림이 내게 딱 걸려든 날
매달린 블랙박스가 두 눈 뜨고 지켜본다.
밤새워 마신 술이 취기도 풀리기 전
눈꺼풀 비벼대며 터를 잡는 새처럼
봄은 늘 어둠 속에서 두근거리며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