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오늘 또 검문 당했네, 가을 산 남겨두고
도심 속 새들 이미 떠나 그림자만 남았는데
두 팔을 살며시 올려
검색대를 통과한다
방송국 송신탑 너머 모스 부호 싣고 간다
깡마른 몸짓으로 금빛 물감 풀어놓고
장문의 연서도 함께
신호 따라 떠나간다
자꾸만 안으로 삭여드는 그리움이
바튼 기침 그렁거려, 낮달까지 그렁거려
흙 묻은 하이힐 한쪽
밭 가운데 뒹굴고 있다
허기에 지쳤는가, 넝마 옷 한 벌 입을 때
이따금 다리 절어 앉아 쉬고 싶지만
새들을 쫓던 한 사내
끝내 노을 놓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