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우람한 몸뚱이 하나 목숨까지 닳고 있다
깨알 같은 사연일랑 가슴속에 묻어 두고
시한부 갈림길에서 유언장을 남긴다
손때 묻은 흔적들을 스스로 잠재우며
흰 막대 뒤집어 튼 저 힘의 완강함에
연필심 꺾이지 않는 성깔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