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봉 바람맞이
김연미
무너지다 남은 것들은 절벽이 되었다
부재의 품 안으로 파고들던 바다의 등
그 등을 밟고 오르는 바람이 매서웠다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도리 없다 하지 마라
바닥까지 굽히고서도 깍지를 낀 억새 뿌리
통째로 절벽이 되었다 수월봉이 울었다
<정형시학 201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