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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 감상

Home >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제목 2018년 제주시조지상백일장 당선작 등록일 2018.11.28 12: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2
[일반부]
당선작 없음
 
[고등부 당선작]

가을 코사지
양유현


가끔씩 봉사활동으로 다니는 퐁낭도서관에
포도알 같은 눈을 가진 동그란 아이 셋이
무언가 죄지은 듯이 손바닥 펴고 섰어요

접시에 나뭇잎 한 장 그 옆에 새 한 마리
종이 부리로 흰 꽃을 콕콕 쪼고 있어요
일시에 검지손가락 여기저기 솟아오르고

나뭇잎 한 장에 처넌, 새 한 마리도 처넌
흰꽃 무더기도 모두 처넌씩이래요
한국말 배운지 일주일
그래서 처넌이래요

어디서 왔는지 우리 서로 몰라도
까만 손바닥 위 씨실 날실 곱게 수놓은 마음
사랑해, 나뭇잎마다 초록물이 뚝뚝 떨어져요



[중등부 당선작]

도서관에서
현예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장들 사이로
빽빽이 꽂혀있는 책들의 숨바꼭질
무수한 이야기들이 보물처럼 담겨있네.

펼쳐진 책 속으로 자꾸만 빠져들고
넘기는 곳곳마다 짜릿함이 넘쳐나며
쉼 없는 호기심들이 줄지어 달려든다.

기나긴 세월 속에 겹겹이 쌓아올린
조상의 지혜들이 오롯이 담겨있는
무한한 책의 향연을 마음껏 누려본다.

지나간 자국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새로운 궁금증을 책 안에서 찾아보며
다가올 미래를 향한 날갯짓을 해본다.


[초등부 당선작]

가을
이연우


감이
열리면
가을도
열린다

감이 익으면
가을도 익는다

주황빛
감을 따면서
가을도

딴다


[당선소감]

“시는 나에게 위로와 희망이 된다”-양유현(사대부고 2)


당선 소식을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기뻤다.

무엇보다 봉사 활동을 하다 잠시 만난 예맨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까만 손 위에 놓여진 예쁜 코사지, 무엇보다 그 친구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꽃과 나비, 새처럼 먼 곳을 날아와 낯선 땅에서 그래도 밝게 지내고 있는 꼬마 친구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시도 나에겐 가끔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된다. 일상에 지쳐 있다가도 시 속의 낯선 표현을 만나면 기쁘다. 마치 내 안의 낯선 나처럼. 부족한 나의 시를 예쁘게 봐준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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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책 읽고 좋은 시 쓰도록 노력”-현예원(제주동여자중 3)

도서관은 언제나 나에게 선물상자 같다. 동화 속 이야기에 빠져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악당이 되어보기도 하며 자랐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 엄마를 졸라 도서관에 갔던 기억도 난다. 도서관은 무엇이든 물어봐야 하는 나에겐 정말 마법의 성 같은 곳이었으니까….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엄마는 제게 시를 읽어주시곤 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수업시간에 엄마께서 읽어주셨던 시가 나오면 왠지 낯설지가 않았고 점점 시를 읽는 게 좋아졌다.

막연하게 ‘나도 시를 써 볼까?’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를 쓰게 됐다.

시조는 많이 접해보지 않아 조금은 망설였지만 그냥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당선작으로 뽑혀 너무 놀라고 기뻤다.

나에게 시의 세계로 안내해준 ‘도서관에서’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책을 더 많이 읽고 시를 사랑하며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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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표현한 문장, 시조로 다듬어”-이연우(교대부설초 6)

진초록 잎 사이로 아직도 초록인 감과 벌써 주황으로 익은 감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이 가을이라고 말하기 시작할 무렵이다. 감이 익으면 가을도 더 깊어가는 것은 당연한 건데 나는 주황빛 감을 먼저 따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의 떡이었다. 신문에 나온 사진이기 때문이다. ‘감이 열리면서 가을도 열린다 감이 익으면서 가을도 익어간다 감을 따면서 가을도 딴다’는 문장을 그림을 오려붙인 옆에 써두었다.

시조백일장에 출품하려고 글을 고르다가 실은 나도 깜짝 놀랐던 글이다. ‘언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지?’ 하고 말이다. 시조 형식에 맞춰 조금 다듬어서 보냈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작품을 선정해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심사평]

 

“수많은 시조 군단 만나, 세계화의 기대감 생겨”-한희정 심사위원

이번 백일장에서 수많은 시조 군단을 만날 수 있었다. 시조가 앞으로 국제화, 세계화가 될 수 있을 것 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400편에 가까운 응모작을 낸 초등부는 응모 수만큼 작품 수준도 높아 선정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반면 중·고등부와 일반부는 응모 편수는 조금 늘어났지만 작품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년 풍작을 이루는 초등부 응모작을 보면서 중·고등부, 일반부로 연결되지 못하는 대입 위주의 현실 앞에서 문학이, 특히 시조가 뚫고 나갈 길은 없는지 심사위원들이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일반부에선 올해 당선작은 내지 않기로 했다. 내년을 기대하며 우수작으로 강예담씨의 ‘백발’을 선정했다.

고등부 당선작은 제주사대부고 양유현 학생의 ‘가을 코사지’로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붉은 담쟁이 손 같기도 한 다문화 아이 셋을 찬찬히 풀어내는 힘이 단연 돋보였다. 3수에서 ‘처넌’이란 서툰 한국말이 이 시의 의미를 파악하게 한다.

중등부 당선작 제주동여중 현예원 학생의 ‘도서관에서’는 학생답게 책속에서 얻는 지식과 지혜를 묘사하고 진술을 통해 미래를 향한 날개짓으로 주제를 향해 마무리하고 있다. 책과의 대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도서관에서 일들을 전방위적으로 풀어내는 힘이 좋았다.

초등부 당선작인 이연우 학생의 ‘가을’은 어린이 작품답지 않게 성숙한 표현과 상징이 돋보였다. 강조와 점층법으로 가을이 깊음을 강조하며 가을이 가는 걸 ‘가을도 똑 딴다.’라고 단순명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마무리다.


<제주신보 2018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