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순천만에서
박현덕
마음 휑한 갈대밭 사잇길을 걷는다
뿔 세우고 달려든 소떼 같은 바람이
갈대를 어그적 씹으며 지난 가을 반추反芻한다
어머니 얼레빗인 갈대들도 이 빠진 계절
얼어붙은 몸 위로 낮달이 지나갈 때
어스름 흑두루미로 하늘 차고 날아간다
<시조, 달리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