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공영해
비린 생 핏빛 유혹 지체 높은 귀비貴妃라 해도
할머닌 피는 족족 꽃잎을 따버렸다
떼어야 정을 떼어야 잡초로나 산다시며
밤마다 뼈를 갉는 송곳 아픔 생각하면
거두어 베갯머리 약으로나 묻어두고
넉 잠 든 누에들처럼 깊은 잠을 청할 텐데
고단한 삶의 고비 잠시 헛디딘 생각
고개 든 자존으로 꽃 대궁도 불지르며
마성의 붉은 입맞춤 할머니는 등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