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사전
박희정
좀체 그치지 않을 칠월 장마 끝자리
성근 벌개미취가 들꽃사전 쓰고 있다
축축이 젖은 꽃대에 스멀대는 환상으로
꿈이란 애초부터 이루어지지 않는 것
시간을 붙들어 좋고 사람을 잡아놓고
한 마리 곤충을 따라 족적을 남기는 일
여름이 다 가도록 쓰지 못한 사연들이
지루한 장마 속에 부기附記처럼 떠올라서
한 줄의 이력과 행적, 자홍빛 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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