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어사萬漁寺
이태순
너덜겅 물고기 떼 거뭇한 물고기 떼
푸른 물을 버리고 지느러미 버리고
만 마리 저 만 마리가 미륵전에 닿았다
바람이 두드리나 도화刀火가 스쳤을까
저 만 마리 침묵도 부서지고 그을리고
아무나 들을 수 없는 검은 빛 돌의 울음
전설의 물고기 떼 돌이 된 물고기 떼
한 천년 더 지나면 지느러미 다시 돋아
퍼드덕 퍼덕거리며 먼 바다로 돌아갈까
<이태순 시조집 『한 끼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