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택배함
조한일
정 줄 데 없으면 네게 두고 가시라
마음 전할 데 없어도 내게 놓고 가시라
그 사람 부재 시에는 두말 말고 맡기시라
내게 잠깐 왔다가도 슬퍼하지 않으리라
철커덕, 도로 내줘도 아파하지 않으리라
딱 하나, 너 아주 없다면 나 많이 힘들리라
<동서문학 24 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