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영
2013년 제주시조지상백일장 당선, 2016년 <시조시학> 등단
제주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라음문학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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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 둑길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둑길을 넘던 바람
수몰된 밭과 집터에서 손에 잡히는 옛 추억
까치발 치켜세우는 내고향, 어린 동심
시퍼렇게 어둠을 헤쳐 달려온 별빛
아롱진 얼굴들 저수지 수면에 채우면
세월을 헤집어 세운 수몰마을 수산리 하동*
* 1957년 저수지개발사업 계획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이주되어 수몰된 마을
환해장성
해풍의 모진 세월
사연 하나 심어놓고
겹
이
다진 마음
사랑이야 있든 없든
굴곡진
시간의 층층
바닷가에 풀어낸다
우영밭
밭고랑 햇살 담아
야무지게 커준 애들
깻잎 뜯어
생된장에
호박잎 국 곁들이면
가난도 한 잎 푸성귀
돌아보니 푸른 날
목련화
빈 가지만 키워낸
서늘한 가슴으로
봄볕이 풀어 논
은밀한 언어 있어
하얗게
눈뜨고 있다
여리디 여린 보시布施
낮달
구름도 개이고
시간마저 숨죽인
정오의 뜰에 핀
나 하나 의미는
포맷된 영원한 사랑
껍질 깨던 젊은 날
임진각에서
서걱대던 무릎 끌어
올라선 임진각
손때 묻은 난간마다
내걸어 둔 유년의 촉수
찾으면
산 끝에 젓는
홀로 선 눈길로
흰머리 한 올 두 올
새어간 틈새 사이
널문이* 전해주는
안타까운 사연아
기다림
가각본 되어 흔적마저 쓰여 있고
*판문점을 만들며 사라진 옛 마을 이름.
할미꽃
평화공원 한 귀퉁이
새움 튼지 10여년
아직도 버겁다
그 사월, 무게여
행불인 묘비명 옆에
우두커니 숙인 봄빛
벚나무
온몸으로 받아내던 삼월 한기 떨치고
같이가자 가지마다
꽃눈을 틔어내면
쌀 협상 죽음의 시위
등걸 같이 내보여
꽃눈에 그린 세월 불끈 쥔 한해 꿈
꿋꿋이 마주선 기다림도 시위다
맨바닥
눌어붙은 땅
마주한 봄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