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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2011년 조서일보 신춘문예 당선,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시조집 <꽃들의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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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안개
출구 없다
사각사각
이가 시린 이계절
피하고 싶은 세상
내 생의 변곡점에서
소실점 잃은 눈빛이
안개 속에 풀린다
고사리 장마
해마다 사월이면
마른 젖 탱탱 불어
까맣게 잊은 듯이
가슴에 품은 아이
조막손 제주고사리
젖 달라고 보챕니다
자주달개비
흔들리면 보랏빛 생수 같은 오월 아침
바람 속에 생각 속에 숨겨둔 그리움이
이 사랑 어쩌면 좋아
돛을 달고 오는 너,
장다리 꽃
일요일아침 햇살은
막 헹군 국수 가락
한 그릇 멀치장국에
고단한 몸 풀고는
춘삼월 계란고명을
살며시 와
얹었네.
난 항상
그대 앞에선
쫑알쫑알
종달새
그대를
만났을 때보다
만나러 갈 때
더 설레듯
연초록 꽈리 소리가
모슬포 항 흔들어
맑은 날
곱게 바흔 갯바위
두루미 한 마리
서성이다
날개 펴는
비양도 앞바다
갸우뚱한
배
한 척
은촛대 생일 케익
알록달록 촛불을 켜는
어쩌면
내 영혼의
눈이 부신 팡파르
꽃 초롱
하늘 계단에
송이
오
르
는
꽃향유
넘기고 보니
맨 얼굴이 미안타
두꺼워진 낯짝하며
감언이설 입술하며...
꽃분홍 립스틱으로
날 숨기고
싶은
날,
가을의 시
바람이 지나가네
오솔길 횡단하는
풀무치 날개 위
이내에 잠겨 내리는
고독하다,
풀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