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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조춘희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20.01.23 16:3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41

조춘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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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희

통영출생, 201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4년 <시조시학> 시인평론 등단,

시조집 <간신히, 시간이 흘렀다>, <살아있는 농담> 평론집 <봉인된 서정의 시간>.

연구서 <전후 서정문학 연구>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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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횟집

-사랑도

 

 

물살을 곱게 썰어 상추에 한 점 싸서는

청청한 갯바람 푸른 방언에 올려둔다

좀처럼

찾는 이 없어

바닷목이 한 치나 길다

 

퍼렇게 일렁이는 허리 굽은 노파는

노을을 바닷길에 빠뜨리는 중이다

등 푸른

수평선의 두 볼

대책 없이 홍조다

 

해저 가까이 자맥질에 지친 그물

제 몸 가득 열어놓고 하늘을 낚으려 드는

이곳은

찾는 이 없는

바다 안, 또 바다다 

 

 

 

바다가 낯설어 해

 

 

어릴 적 마음으로 고향바다에 나앉아

산이며 하늘 바다 파도까지 그대론데

어쩌면

이방인 되어

낯이 설다, 말하네!

 

아무리 친한 척 달려들어 보아도

추억뭉치 듬성듬성 풀어놓아 보아도

어쩌나

할머니 산소마저

저 멀리 돌아눕네

 

 

만추

 

 

헐벗은 언어들이 유령처럼 떠돈다

시가 되지 못한 그리움 앞에서는

하늘도 눈치를 본다

 

저만치

떨어져서는;

 

궁색한 환청에 낙엽조차 시달린다

가을이 지나가는 쓸쓸한 소리는

당신이 저무는 기척이다

 

추억아

그만 자자!

 

 

그날 저녁

 

 

모처럼 죽 몇 술 뜬

할머니 환하다

 

대책없이 겨울이 몰려오는 길목에서

 

저승길 채비하시느라

그러셨던 모양이다

 

 

할미꽃

 

 

어쩌면 저승에도 가난이 있나보다

 

휘어진 달빛 아래 백발을 풀어두고

 

침침한

바늘귀를 따라

실밥을 꿰고 앉았다

 

 

달로 가네

 

 

낙동강 건너는

만추의 퇴근길에서

 

서행하는 차량 행렬

비집고 달이 뜬다

 

어쩌면 달로 가는 듯

동화 같은 시간이다

 

 

숨비소리

 

 

제주에서 해녀였다는

팔심넷 김녕할망

 

어쩌다 외떨어진

사랑섬까지 시집 왔는지

 

노인정 민화투 치다가도

까무룩 잠이 든다

 

 

봄, 조문객

 

 

어디서 들었는지

조문객 지천이다

 

길 잃고 흩날리는

꽃잎들의

허공

낙하

 

한 세대

저무는 기척

지구 한 편 기운다

 

 

틀니

 

 

정기 검진 다니러 오신

부모님 잠드시고

 

세면대 위 어깨 두르고

나란히 앉은 밥그릇

 

연분홍 틀니 두 짝이

반신욕 중이시다

 

두 식구 식사하면서도

오물오물 말 없더니

 

주름진 입술 열고

사이좋게 빼 두신

 

어둠도 잠든 시간에

괴시스런 담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