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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송인영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1.24 10:4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16

송인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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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영

2010년 <시조시학> 등단, 제1회 서귀포문학작품 전국 공모전 수상(시조),

시조집 <별들의 이력> ,<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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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장다리꽃

 

 

섬 속에 집을 짓고 그 섬을 바라보네

술래를 정하지 못해 부표 하나 떠올려

그대와 나 사이를 잇는

우도와 성산포 같은

 

궨당* 삼촌 잠수복 서너 벌 널려 있는

해 뜨면 잠겼다가 노을 건져 올리는 섬

흰나비 전설이 되어

파도소리 껴안네

 

아득한 풍경들은 그냥 거기 놓아두고

해마다 수런대며 소라축제 열리는 봄

수굿한 섬 이야기들이

씀벅씀벅 피어나네

 

 

*'친척'의 제주어

 

 

 

 

 

무당거미

 

 

연장통 출렁인다, 안전조끼 노란 줄무늬

거미줄 토지구획 먹줄에 튕겨나면

신제주 까치집 하나

바람에 걸려든다

 

그렇게 바람에 걸린 다세대 주택분양

앞에서 돈을 줘도 공사판은 뒷돈이란다

부도난 나의 그리움

들여놓지 못하고

 

그대는 가난한 목수 나도 구원 못한다

한 줌 말씀만으로 허공에 춤을 추는

일평생 남의 집만 짓고

제 꿈조차 못얹어.

 

 

 

 

조용한 응답

 

 

가을맞이 대청소날 지하 2층 기도실에

 

몇날 며칠 철야를 한 귀두라미 한 마리

 

뒷다리 살며시 들어 풀밭에 놓아드렸다

 

 

 

 

고독사

 

 

상강도 훨씬 지난 연북로 늦가을 오후

잎 다 진 나무처럼 곧 헐릴지도 모르는

무허가 저 집을 지켜낸

무당거미 한 마리

 

한 때는 식솔들의 밥통으로 존재했던

아직 상표 선명히 남아있는 '삼익쌀통'

그 허공 부둥켜안은 채

웅크린 무당거미

 

버릴 것 다 버리고 지울 것 지우면서

키 낮은 부엌 구석한 그릇 퍼 담아을

기척도 안 남기고 떠난

무당거미 한 마리  

 

 

 

 

초복 무렵 호박 넝쿨

 

 

 

내 푸른 가슴으로 깊이 품어 주겠어

 

떠도는 너의 섬을 쌈 싸듯 그러안고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절대, 안 놓을 거야

 

견디며 살다보면 길은 또 떠오를 터

 

거칠 것 전혀 없고 머뭇거릴 이유 없어

 

저 그름 말발굽 소리

 

내 몸에 심을 거야

 

 

 

 

제주 홍매화

 

 

 

얼마를 더 기다려야 그대 만나 말을 하나

 

섬 속에 들어앉아서 파도를 읽은 사람

 

살바람 길을 안는다, 노을 끝에 걸린다

 

 

 

 

앵두

 

 

뱉지도 못한 네가 삼키지도 못한 네가

 

내 몸 구석구석 시큼새콤 핥고 나와

 

이렇듯, 핏방울 지워 한 편 詩가 되고

 

 

 

 

월정에서

 

 

 삭제하지 못한 비가 아침부터 내리는데

 

 그동안 스팸으로 날아와 내 몸에 첩첩하게 쌓인 생각

갈무리한 봄을 삭제

 하는 빗소릴 서둘러 삭제하고

 

 나는 또 묵상을 한다,

 창세기를 읽으며

 

 

 

'바게뜨'라는 이름의 그대

 

 

칼금 먼저 넣는다, 완성이 되기 전에

 

내 사랑 나도 몰래 부풀어 터질까봐

 

오늘도 거리를 두고

 

맴돌다 돌아왔다

 

차라리 까맣게 타 재가 되고 싶지만

 

아린 몸 둘둘말아 발효를 기다리며

 

무성한 통성의 긴 밤

 

혼자 몰래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