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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정환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6.20 09:1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77

이정환 - 복사본.jpg




초록

 

 

 

석 달 열흘 동안 속 깊이 잉태했다가

 

대지 위로 뿜어 올린 겨울은 잠적해도

 

초록은 어머니 품을 잊지 않을 것이다

 

무성히 우거지면서 숲을 이룬 온 누리

 

내리쬐는 볕살 속으로 숨 쉬는 이파리들

 

초록은 돌아갈 날짜 잊지 않을 것이다

 

 

 

코브라

 

 

끊어내어야 하겠구나 끊어 버려야겠구나

 

끊어낼 수가 없구나 끊어낼 길 없구나

 

대가리 높이 쳐든 채 꼬리 잡힌 저 코브라

 

 

 

월류봉

 

 

  꽃이란 꽃 다 피워놓고 바람까지 초대한 봄의 불꽃 속

내 헤아릴 길 좋이 없어 소리쳐 흐르는 물에 뛰어내리는

꽃발자국

 

  네가 저 봉우리라면 나는 그 발밑 강물 즈믄 해의 깊이

로 함께 할 수 있으니 발가락 하나하나 어루만질 것이다

 

  속속들이 스미어 곳곳에 스미어들어 내 몸의 푸른 피

네 영혼 적시나니 네가 저 봉우리라면 나는 그 발밑 강물

 

 

 

사각지대

-기생충

 

 

일순 비틀거나 굴절 끝에 부러뜨리는

잉여와 이질과 타자의 사각지대

뒤집다 흔들어대다 부여잡으려 한다

 

도드라진 카메라 시선 검은 폭력의 욕망

바나나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한 사내

미친 듯 웃어대는 소리 지하 벽을 울린다

 

광기어린 살인마 기묘한 저 춤사위

철저히 가둬버리고 야만의 피를 끓이는

폭압에 굴절된 벙커 불빛 새어나나간다

 

 

 

사라오름 복사뼈

 

 

거기에 그렇게 고여 있을 줄 몰랐다

 

사라오름 맨 꼭대기 둥그렇게 패인 곳

 

못불에 두 발 담그고 잠겨갈 줄 몰랐다

 

온몸으로 뛰어들자 온몸으로 받아 안는

 

사라오름 옥빛 못물 넘칠 듯 출렁일 때

 

희디힌 밴발의 복사뼈 구름밭에 닿았다 

 

 

 

종달리

 

 

끝에 이르러서야 성산 일출봉을 본다

 

끝이 아니구나 정녕 끝이 아니었구나

 

종달리 둥근 당근밭 혼자 중얼거린다

 

가던 구름이 잠깐 당근밭에 내려오자

 

그곳에 집 한 채 들어서는 것 보인다

 

한끝에 이르러서야 다시 철썩이는 파도

 

 

 

노르망디

 

 

그는 마침내 상륙작전을 감행한다

 

당신이 발 딛고 선 언덕에 닿기 위해

 

해변에 배가 멈추자 모래톱을 닫는다

 

노르망디 노르망디 꿈에도 그리던 곳

 

당신이 발딛고 선 언덕이 나타나자

 

해맑은 웃음소리가 창공을 깨트렸다

 

 

 

석류꽃 호랑나비

 

 

한 순간 꽃송이에

앉았다 떠난 호랑나비

 

꽃은 떨면서 잠시

아래위로 흔들렸네

 

천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그 입맞춤

잊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