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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일연 시조시인 작품방 02 등록일 2018.11.17 20:2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604

김일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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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연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를 졸업. 1980시조문학 등단. 시집 빈들의 집』 『서역 가는 길』 『달집태우기』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 시선집 저 혼자 꽃 필 때에』 『아프지 않다 외롭지 않다』 『꽃벼랑, 일역시집 꽃벼랑등이 있음. 한국시조작품상〉〈이영도문학상〉〈유심작품상〉〈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 현재 국제시조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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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의 노래



그 어떤 칼날로도 너를 열 수가 없어

연한 소금물 속에 가만히 담가놓았지

세상의 이슬방울 속에 노래를 담가놓았지 

 

 

 

송광사의 저녁

 

 

 

범종은 하늘가에 수묵을 풀어놓고

 

법고는 구곡간장에 정적을 풀어놓아

 

몸 안의 나를 파내었다

찌거기를

마구 

 

    

 

내편

 



술추렴 끝났는지 조용해진 산창에

깊은 소
온 물소리
성큼, 다가앉고

맑은 달 귀를 기울여 다정히 떠오는 밤

일만 달빛 금물결 아득타 누웠으니

인생,
뭐 있다고
바글바글 들끓던

머릿속 좀들이 기어 사방에 흩어지누나

 

 

지문 指紋

 

 

 

너도 지금 달을 봐 나도 볼게 하며 보던

그 하늘 끝자락엔 눈 지문이 묻었겠지

너에게 묻은 마음은 지울 수도 없겠지

 

 

 

노을이 지는 저녁에

 

 

저 산은 우러르며 하루의 꽃을 바치는데

무릎 끓어 꽃 한 송이 바쳐보지 못하고

가을이 벌써 깊어서 수풀이 비어가네

 

한 아름 들국화를 가슴에 품었어도

전할 수 없는 향기만이 들끓어 속 타는데

그대는 보이지 않고 하늘이 어두어 오네 

 

 

 

분리수거

 

 

나는 점점

나로부터

빠르게 격리된다

 

유리

플라스틱

비닐로 해체된다

 

조만간

나는 나에게

완전히 배출된다

 

 

 

 

밤의 갈매기 

 

 

 

은은한 달빛 아래 물고기도 잠든 바다

이 먼 수평선에서 저 먼 수평선으로

암청색 밤하늘을 비행하는 갈매기를 보았다

 

온몸으로 치솟고 온맘으로 미끄러져

먹이로만 살지 않는 갈매기를 본 적 있다

춤추며 저를 드러내는 선이 하얗게 피어났다 

 

 

 

봄바람 꽃다발

 

 

 

맨 처음의 인류가 무덤가에 놓았던

진달래꽃 한 다발을 오늘도 놓아보며

 

너무도 오랜 허무를

손 내밀어

더듬다

 

내 마음 좁다 하며 부딪고 부서지면

눈보라 녹아들고 봄빛이 눈부시면

 

봄바람 꽃다발 들고

홀연히

이끌려가다

 

 

 

아는 가을

 

 

 

똑똑한 줄 알았던 어린 봄을 보내고

잘나가는 줄 알았던 젊은 날을 보내고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아는 가을이다

 

 

 

눈 오는 저녁의 시

 



어둠에 눈이 깊던 맑은 날들을 길어
 
내 언제 저렇도록 맹목을 위해서만
 
저무는 너의 유리창에 부서질 수 있을까
 
무섭지도 않으냐 어리고 가벼운 것아
 
내 정녕 어둠 속에 깨끗한 한 줄 시로만
 
즐겁게 뛰어내리며 무너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