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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장영춘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11.19 13:4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22


장영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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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춘

제주시 애워릅 곽지리 출생

2001년 <시조세계>로 등단

시집 <쇠똥구리의 무단횡단>, <어떤 직유> , 현대시조 100인선 <노란, 그저 노란>

제주작가,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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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물

 

 

애월과 금성 사이

밀물과 썰물 사이

백록담 숨어든 물 해안에 와 터지는

그만치 그 거리에는 곽지리 과물이 있다

 

윗물은 마시는 물,

아랫물은 멱 감는 물

숭숭 뚫린 담벼락 여턍을 훔쳐보던

깔깔깔 조무래기들 멱살 잡힌 낮달아

 

물허벅에 퐁퐁퐁

원정물질 발동기 소리

울산일까 방어진일까 어머닌 떠났어도

내 고향 마르지 않는 순비기꽃 숨비소리

 

 

 

단애에 걸다

 

 

이 겨울 누가 내게 마른 꽃을 건넨 걸까

거꾸로 걸어놓은 한 움큼 산수국이

 

기어코 애월 바다로

나를 끌고 나왔다

 

어디로 가는 걸까 한 무리 괭이갈매기

저마다 파도 끝에 사연들을 묻어놓고

 

해질녘 아득한 하늘

또 하루를 삭힌다

 

늦은 귀갓길에 눈 몇송이 남아서

모난 마음 한쪽 자꾸만 깍아내다

 

아슬히 단애斷崖에 걸린

인연마저 떠민다

 

 

다시, 가을

 

 

별짓을  다 해밨자

시 한 줄 없는 가을

우연한 발길 따라 서영아리 오름에 앉아

불에 뜬 뭉게구름만 다독이고 왔었다

 

깊이 한번 빠져봐야

그게 진정 사랑인 거

소금쟁이 딛고 간 길에 서 푼어치 사랑만

한 번도 젖지 못하고 물수제비로 떠돈다

 

단풍나무 따라가다,

왔던 길도 놓쳤다

아예 분화구에 터 잡은 세모고랭이처럼

물 건너 딸아이에게 안부나 묻는 저녁 

 

 

 

별도봉

 

 

그 옛날 청춘들은 연애편지 한 장에도

생목숨을 내던지던 그런 시절 있었지

오늘은 그 바위 위에 새 한마리 앉았다

 

어떤 소문들은 부표처럼 떠올라

너에게 가는 길마저 접근금지 당했다

하늘에 금줄을 긋듯

길 떠나는

하얀 손 

 

 

항파두리

 

 

밤마다 별빛들이

다녀가는

샘이 있다

 

어느 장수 발작구이

섬으로

찍혀있는

 

장수물 얼비친 성을

떠받든

눈빛이 있다

 

 

단풍

 

 

타다만 불꽃을 보며 흔드는 저기 저 손

 

잡목 숲 등허리에 감춰진 이야기인 듯

 

떼 그르, 떼그르르르 바람 앞에 떼그르르

 

한때는 파랗게 중심에 서 있었다

 

내 본색은 붉은 빛 물들대로 물들어

 

세상은 뒷문을 열고 배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