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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중
1951년 안동 출생
1974년 <현대시학> 이영도 추천으로 등단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 <낮은 직선>,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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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나무
산에 가서 산에 사는 큰 나무를 보았다
눈보라 천둥마저 내심內心으로 어우르는
흔들려 분별을 넘는 그 실천을 보았다
상처는 바람에 맡겨 가지로 버릴 수 있다
푸름 깊이 온전하게 흔들리는 푸른 소리
중심의 여유를 찾는 뿌리 밖의 모습이다
흔들리며 가고 있는 그 지평地平을 보았다
뿌리가 있는 사랑이 저렇게 고요하다
큰 귀로 묵묵히 듣나 깊숙이 전하고 있다
연어의 귀소
잘 갔다 오너라 갓 부화한 연어 귀에
여린 핏줄 따라 반짝이는 흐름 속을
아득히 부르는 소리 물길 따라 갔을까
잔돌 사이 물무늬로 세상밖을 갔었는데
아득한 삶의 바다 어느 덧 나이 들어
벌이가 시원찮아도 찾아가는 그 물맛
큰고기 깊이 있고 잔고기 파닥일 때
인간의 강 시멘트 둑 다 넘어 유전하는
막막함, 지느러미로 그 귀소를 생각한다
바다
배는 떠나기 위해 해안에 묶여 있네
과거의 항구로 오는 것도 새로움이야
새로운 수평선이 될 거야
모래알처럼 남을 거야
수평선의 세월은 수평선을 살리고
하얗게 씻긴 모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해
쌀처럼 깨끗한 모래,
멀리 가지 못 할 거야
안부를 묻다
창窓이 있는 사실을 창의 이유를 알까
저 하늘 풀고 있는 건너 간 슬픔인데,
없어서 거기에 있네 거기 있어 여기 없네
숲속에 가서 슬픔을 버리는 사람이
밝힐 수 없는 당신 안부를 만나다
슬픔을 버리러 가는 당신을 만난다
편서풍 1
마음이 밖을 가면 마음은 절실한 것
안에 늘 있었는데 너는 또 밖에 있다
진실은 갑갑하여라 갖힌듯 밖을 간다
쌓이는 빛을 따라
달이 허공에 있어 마당은 깨끗하다
쌓이는 빛을 따라 위안처럼 멀어지네
그대가 길을 잃어 상처마다 밝은가
들국화
그대처럼 기대고픈 낮은 이 언덕
가을로 다시 와서 들국화 폈다
내 언제 가득하다고 말한 적 있나
그대 소식 묻은 바람 지나갔어요
서리보다 먼저 와서 꺾어주세요
찐한 맘 살아 있다고 바람 부네요
봄길로 간다
받고 싶은 메일이 살구꽃을 지나서
복숭아 바람으로 사이사이 오고 있다
온 메일 열지 못하니 가지마다 꽃이다
한 통도 아닌 여러 통이 대번에 오니
못 잡은 안타까운 내용일 것 같아서
네 마음 봄길로 간다 그 길이 한이 없다
첫눈
다시 눈 오거든 만나서 걸어요 우리
당신은 차고 흰 눈 가지려면 눈물 되는 눈
아득히 높은 나목裸木 가지에 내 그리움만 찔립니다
나는 들개처럼 고향 들판 헤마다 지쳐
눈 덮인 버들개지 얼어붙은 개울가에라도
당신을 맑은 공기처럼 간직하겠어요
당신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타는 노을에
잔설이 남아서 사랑은 괴롭습니다
한밤엔 달빛 받아서 나의 계곡은 전설입니다
풀밭 3
바람 자유로운 곳 바람처럼 와서 살다
너는 언제 이렇게 자라 근심처럼 가득한다
저절로 푸르게 자란 들판 같은 생각아
이 편한 그리움도 풀 자라듯 자라나면
잡을 수 없던 너는 무슨 구름 피워 올까
이 풀밭 비가 내리면 내가 젖어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