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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강문신 시조시인 작품방 1 등록일 2018.02.14 19: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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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신

1948년 서귀포시 하효동 출생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당선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서귀포 예술인상, 시조시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제주도문화상,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초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6대지부장

현재 석파 농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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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회

 

 

포구횟집 수족관은 물 반 고등어 반

언뜻 보면 평화로운 경쾌한 유영이지만

그 눈빛 파랗게 질리고 다들 말을 잃었다

 

무시로 난자되는 비명을 들으면서

더러는 자포자기 드러누워 헐떡거리네

아무도 보살피거나 위로해줄 경황없어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지만

각刻 일각一刻 조여드는 비수보다 더한 전율

누구냐? 누굿이 걸터앉아, 치명을 손짓하는

 

 

빈 낚시

 

 

눈바람 새섬에는 새소리 기척도 없다

걷다보니, 먼 바위 끝 돌처럼 앉은 사람

누군가? 이 새벽 혼자 저토록 무아지경

 

"잡혀요?" 안 들리는지 조는지 끔쩍 않네

입질 한번 없는 적막의 이 시베리아

이런 날 어찌 저러나 청승도 참 이런 날

 

무엇을...놓친 걸까? 젊음의 난바다에

무시로 파닥거렸을 끝내 그 빈 낚시를

돌아오 돌아보는가, 잔기침도 바튼 이

 

 

겨울나무

 

 

 

선돌 팽나무는 허술한 집 바람소리

한 마리 새 울음도 못 달래는 빈 가지에

무시로 내리는 눈발 불면으로 쌓인다

 

산노루 산노루 마냥 눈 오는 산길 돌아

어스름 어느 발자국 골골이 찍혀오나

꼬리연 질긴 인연을 놓쳐버린 저 하늘

 

순아, 이제 정말 이대로 가야하나

허옇게 목이 마른 산울림만 걸어두고

묵정밭

멍엣 머리에

저 혼자 선 겨울나무

 

 

잊었던 바다

 

 

마음도 울울한 날을 기어이 이 눈바람

삼매봉三梅峰 솔숲이나 향방 없이 돌아들면

4.3을 다 삭혔노라 문득 잊었던 바다

 

한이거나 원이거나 한 오십 구비에선

봉평장 메밀꽃밭만한 생각 하나 죄도 하나

백강을 다 맑혔노라 나직이 자리한 바다

 

섭섭한 세월에도 술잔을 건네 본다

희억의 나래로 이는 갈매기 물오리 떼

저렇듯 넉넉하구나 애증도 어우러진 바다

 

 

감나무

 

 

 

한 생을 일궜어도 돌밭에 나앉았네

무슨 죄 값인가 어머님을 닳은 나무

늙은 소 멍엣줄로나 끌고 가는 식솔들

 

이제 산자락 두고 어머님은 가셨지만

서리 묻은 계절 앞에 불씨 한 줌 받들고 서자

메어둔 열두 평 집만 남겨놓은 냇물아

 

여린 바람결에도 가지가지 돋는 시름

차라리 사무친 길은 낙엽으로 지워야지

네 생각 끝 간 데쯤에 사위지 않는 별자리

 

 

돌아누운 섬

 

 

 

신새벽 어스름 방파제 끝자락을

텅 빈 소주병처럼 멍하니 앉은 여인

무엇을 잃어벼렸나, 온 밤을 다 태운 바다

 

언듯언듯 얼비치는 파도 속의 물고기

떴다간 이울고 이울곤 도로 뜨느

그 인연 정도 떼리라, 저만치 돌아누운 섬

 

무시로 찢긴 가슴 외 돛대 먼 여정은

놓아도 놓아 봐도 더 선연한 그 생각들

웃으면 웃을 일 온다며, 물새처럼 웃던 여인

 

 

감귤 묘목

 

 

애초 탱자나무 가서 돋친 그 근성에

한 소망 접接을 붙였네, 너희는 내 딸이니

명문가 우량 혈통에다 꿀릴 것 하나 없는

 

어느 집 시집가든 자식들 좋게 낳아

살림을 번창시켜라, 너희는 내 딸이니

보았지, 닭 울 녘 출근을, 퇴근 길 그 어스름도

 

그 가뭄 석 달 열흘도 묵묵히 견디었듯

그렇게 사는 거다, 너희는 내 딸이니

돌밭에 상뿌리 못 내리라, 눈바람 쯤 못 이기랴

 

 

세컨

 

 

1.

안면에 레프트를 툭 툭 툭! 던지라구

가드가 오르는 순간, 갈비를 찍으란 말야

악물어, 이길 생각 마라 죽일 작정 하라니까

 

2.

야 임마, 그걸 놓쳐, 코너에 다 몰아놓고

눈이 잘 안 보여요 한쪽도 안 보니야

벼르고 벼르던 경기잖아, 포기 할래, 여기서?

 

3.

암만해도 모자란다 KO 외엔 방법 없어

관장님, 그게 어디 아가씨 이름입니까?

너, 아직 제 정신이구나 라스트야, 나가라!

 

 

수평선 3

 

 

뱃길 아득 거슬러 가면 구룡포구 선착장 쯤

아직도 거처 없는 분발 같은 사투리가

한사코, 못 돌아갈 이유를 그땐 묻지 못하고

 

한 해만... 한 해만 더... 꼭 온다는 너의 편지

시름시름 시름도 깊던 어머님 길 뜨신 후에도

취하면 왜 선돌목장 그 붉은 개 울음뿐인가

 

살아서 태왁 띄우고 죽어서 봉분 띄웠나

애초 열여섯 꿈 사무침도 다 멎은 땅

물적삼 한기寒氣를 묻고 남南을 향해 누운 바다

 

 

입석리立石里 산과 바다

 

 

또 한 해 보내는가 잿마루에 올라서면

침침한 눈 비비며 바다 끝도 잠겨있다

해조음 아득한 너머엔 떠서 도는 마라도

 

우리가 심은 것은 귤나무만 아니었다

마른 나무 가지 끝에 겨우내 감긴 눈발

입석리 애타는 등불은 귤빛으로 익었었다

 

한라산 눈보라야 모닥불이 아니던가

기슭의 봄소식은 가지마다 밟히는데

풀피리 연련한 가락에 실려도 올 수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