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문신 1948년 서귀포시 하효동 출생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당선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나무를 키워본 사람은> 서귀포 예술인상, 시조시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제주도문화상,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초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6대지부장 현재 석파 농산 대표 ---------------------- 서귀포 바다 불면의 먼 바다가 목로주점까지 와서 두어 병 막소주 앞에 되려 말을 잃는다 섬 등대 새벽길 밟는 생각 하나 적신다 4월 해 청보리밭 둔덕마다 새알만한 원을 두고 4월 해 죄만 같은 어질머리 풀어두고 서귀포 기약도 없이 그냥 떠나버린 바다 불도장 썰물 그 밀물 어간을 낮설게만 부는 바람 소잔등 불도장 찍듯 생살 찢어 발겨놓은 서귀포 애타던 포구 기어이 무적이 운다 그들 O형, 시어 다듬듯 귤 묘목 가꾸다 보면 정작 그 시마저 잊을 때가 있습니다 연초록 지고지순이 시어보다 곱습니다 사방이 바다입니다 넘실넘실 물결입니다 기도처럼 늘 고요한 민낯의 싱그러운 여인 그들에 푹 빠져 사는 날마다가 경이입니다 가뭄 병충해 물난리... 무시로 헤쳐 온 이력 한사코 "나대지마라, 쉬지마라" 어르면서 기어이 상 뿌릴 내립니다 돌밭에도 그들은 미친놈 산발한 남자가 가네 히죽히죽 웃으며 가네 소문은 물안개처럼 뒤숭숭한 칠십리의 인연도 등 돌린 거리를 절며가며 맨발로 IMF 쓰나미가 처절히 휩쓸고 간 그 반생 그 허망을 몸부림한 그 젊음이 이제사, 등 짐 부린듯... 흥얼대는 아, 콧노래 이슬 하늘은 아직도 시험할 게 있으신지 석 달 동안 열흘동안 비 한 방울 안 내리는데 귤 묘목 숨 가쁜 터에, 단풍색깔 아리는 구름 한 점 없는 연일 그 찜통 속 장끼도 제짝 부를 엄두마저 넋 놓은 육묘장 그 안에 들면, 말도 크게 못 한다 산길 더듬더듬 겨운 걸음 밤새 오셔서 마음걱정 이 들녘의 혼미한 창을 열고 거북등 제 몸 쥐어짜, 젖 물리는 어머니 치자꽃 물안개 한 밤이면 삼매봉 三梅峰 오르막 길섶 놓아버린 얼굴 하나 불씨처럼 도로 피고 치자 꽃 몸 내움으로 이는, 먼 생각의 그해 여름 모를렐라 암만해도 그 젊음 저어 온 배 술잔 돌듯 뒷소문도 돌아든 세월앞에 서면 눈시울 가물이 온다 막무가네 그 치자 빛 함박눈 태왁 신묘년 새 아침을 서귀포가 길을 낸다 적설량 첫 발자국 새연교 넘어갈 때 함박눈 바다 한 가운데 태왁 하나 떠있었네 이런 날 이 아침에 어쩌자고 물에 드셨나 아들놈 등록금을 못 채우신 가슴인가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물에도 풀리지 않는 새해맞이 며칠간은 푹 쉬려 했었는데 그 생각 그 마저도 참으로 죄스러운 먼 세월 억류로 이는 저 난바다... 우리 어멍 개꼬리 참말로 한심한 놈! 바쁘면 얼마나 바빠 벌초 때 낯짝 한번 디밀곤 그뿐인 놈 어디냐? 천리강남이냐? 농사차 고작 10분 거릴 자식들 그러하면 관속에서도 펄쩍 뛸 놈 삶이 어쩌고 마라, '내일' 또 들먹이지 마라, "불효여... 머잖은 날에 그들을 어찌 뵈올꼬" 성화聖化 "눈 마지민 파치 되분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서둘고 서둘렀지만 기어이 날리는 눈발 감귤원 그 한복판에 모닥불을 지핀다 빙 둘러선 팔도사투리 저마다 왁자할 때 선잠 깬 산노루도 뭔 말을 씨부렁거린다 바람은 또 시베리아처럼 활활 타는 통나무 축제다 농장마다 성화로 화답하는 가격파동 그마저도 의례의 수순인 걸 보느니, 들녘의 겨울, 사위지 않는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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