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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강문신 시조시인 작품방 2 등록일 2018.02.17 19:2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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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신

1948년 서귀포시 하효동 출생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당선

19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 <나무를 키워본 사람은>

서귀포 예술인상, 시조시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제주도문화상, 한국문인협회 제주도지부 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초대지부장,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6대지부장

현재 석파 농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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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바다

 

 

 

불면의 먼 바다가 목로주점까지 와서

 

두어 병 막소주 앞에

되려 말을 잃는다

 

섬 등대

새벽길 밟는

생각 하나 적신다

 

 

 

4월 해

 

 

 

청보리밭 둔덕마다 새알만한 원을 두고

4월 해 죄만 같은 어질머리 풀어두고

서귀포

기약도 없이

그냥 떠나버린 바다

 

 

 

불도장

 

 

 

썰물 그 밀물 어간을 낮설게만 부는 바람

소잔등 불도장 찍듯 생살 찢어 발겨놓은

서귀포

애타던 포구

기어이 무적이 운다

 

 

 

그들

 

 

 

O형, 시어 다듬듯 귤 묘목 가꾸다 보면

정작 그 시마저 잊을 때가 있습니다

연초록 지고지순이 시어보다 곱습니다

 

사방이 바다입니다 넘실넘실 물결입니다

기도처럼 늘 고요한 민낯의 싱그러운 여인

그들에 푹 빠져 사는 날마다가 경이입니다

 

가뭄 병충해 물난리... 무시로 헤쳐 온 이력

한사코 "나대지마라, 쉬지마라" 어르면서

기어이 상 뿌릴 내립니다 돌밭에도 그들은

 

 

 

미친놈

 

 

 

산발한 남자가 가네 히죽히죽 웃으며 가네

소문은 물안개처럼 뒤숭숭한 칠십리의

인연도 등 돌린 거리를 절며가며 맨발로

 

IMF 쓰나미가 처절히 휩쓸고 간

그 반생 그 허망을 몸부림한 그 젊음이

이제사,

등 짐 부린듯...

흥얼대는 아, 콧노래

 

 

 

이슬

 

 

 

하늘은 아직도 시험할 게 있으신지

석 달 동안 열흘동안 비 한 방울 안 내리는데

귤 묘목 숨 가쁜 터에, 단풍색깔 아리는

 

구름 한 점 없는 연일 그 찜통 속

장끼도 제짝 부를 엄두마저 넋 놓은

육묘장 그 안에 들면, 말도 크게 못 한다

 

산길 더듬더듬 겨운 걸음 밤새 오셔서

마음걱정 이 들녘의 혼미한 창을 열고

거북등 제 몸 쥐어짜, 젖 물리는 어머니

 

 

 

치자꽃

 

 

물안개 한 밤이면 삼매봉 三梅峰 오르막 길섶

놓아버린 얼굴 하나 불씨처럼 도로 피고

치자 꽃 몸 내움으로 이는, 먼 생각의 그해 여름

 

모를렐라 암만해도 그 젊음 저어 온 배

술잔 돌듯 뒷소문도 돌아든 세월앞에 서면

눈시울

가물이 온다

막무가네 그 치자 빛

 

 

 

함박눈 태왁

 

 

 

신묘년 새 아침을 서귀포가 길을 낸다

적설량 첫 발자국 새연교 넘어갈 때

함박눈 바다 한 가운데 태왁 하나 떠있었네

 

이런 날 이 아침에 어쩌자고 물에 드셨나

아들놈 등록금을 못 채우신 가슴인가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물에도 풀리지 않는

 

새해맞이 며칠간은 푹 쉬려 했었는데

그 생각 그 마저도 참으로 죄스러운

먼 세월 억류로 이는 저 난바다... 우리 어멍

 

 

 

개꼬리

 

 

참말로 한심한 놈! 바쁘면 얼마나 바빠

벌초 때 낯짝 한번 디밀곤 그뿐인 놈

어디냐? 천리강남이냐? 농사차 고작 10분 거릴

 

자식들 그러하면 관속에서도 펄쩍 뛸 놈

삶이 어쩌고 마라, '내일' 또 들먹이지 마라,

"불효여...

머잖은 날에

그들을 어찌 뵈올꼬"

 

 

 

성화聖化

 

 

 

"눈 마지민 파치 되분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서둘고 서둘렀지만 기어이 날리는 눈발

감귤원 그 한복판에 모닥불을 지핀다

 

빙 둘러선 팔도사투리 저마다 왁자할 때

선잠 깬 산노루도 뭔 말을 씨부렁거린다

바람은 또 시베리아처럼 활활 타는 통나무

 

축제다 농장마다 성화로 화답하는

가격파동 그마저도 의례의 수순인 걸 

보느니, 들녘의 겨울, 사위지 않는 웃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