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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정해송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6.25 11:2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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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송

경남 고성 출생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작품집 <겨울 달빛 속에는>, <제철공장에 핀 장미는>, < 안테나를 세우고>, <응시>

평론집 <우리시의 현주소>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이호우. 이영도 시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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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수목원

 

 

일손을 거둔 산은 안식에 들어 고요하다

 

계절 따라 초록물을 풀어 쓴 얘기들이

 

숲속의 작은 도서관 서가에서 숨을 쉰다

 

 

그 숨결 받아내어 겨울 행간 비춰보면

 

내 생에 나뭇결에 얼룩진 삶의 무늬

 

바람은 날을 세우고 옹이 하나 깎아낸다

 

 

수도승 영혼인 양 침묵하는 숲을 지나

 

눈을 인 먼나무가 자기 뜰을 밝힌 아침

 

빨갛게 옹근 꿈들을 겨울새가 쪼고 있다

 

 

 

바람 변주곡

 

 

바람은 언제 봐도 내 안에서 먼저 분다

 

눈짓따라 길 떠난 곳 동해 바다 바람 손은

 

햇살 꿴 삼 천 바늘로 물비늘을 뜨고 있다

 

 

심해선 긴 묵언을 눈에 담아 보이도록

 

처음 그 입김으로 활처럼 휘어내며

 

매 순간 무한을 일궈 들숨 날숨 쉬는 영혼

 

 

해안을 지킨 솔은 그녀가 부는 목관악기

 

연주하는 선율 따라 나이테는 파문일고

 

해조음 음계를 짚어 삶의 결을 빗고 있다

 

 

 

무릉도원

 

 

도화 뜬 강 저편에

 

문명 없는 삶이 있어

 

 

너는 내 속에 있고 

 

나는 네 속에 있어

 

 

너와 나

 

나누지 않고

 

한 뿌리로 사는 마을

 

 

 

슈퍼문

 

 

1

그대를 멀리 두고 그리워한 만큼이나

 

그대는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고

 

내안內案은 인력의 반경에 밀물 들듯 이는 사랑

 

2

궤도 안 나를 향해 탑을 돌듯 모은 일념

 

그 앞에 내 중심은 원력으로 부풀어서

 

둥그런 고아배로 밝은 소망하나, 둘이 짓다

 

 

 

매화 핀 날

 

 

채비가 덜 된 채로 봄맞이 나선 2월

 

하루를 더 유예하신 윤년이 돌아와서

 

예년의 서툰 행보에 숨을 조금 틔원준 날

 

 

순실한 믿음보다 설렘이 앞을 가려

 

조금하지 말 일이라 채근하며 깜박 졸 때

 

맵싸한 눈바람 속에 도적같이 오신 매화

 

 

 

사진 1

 

 

그녀는 나를 보며 당기듯이 누워있다

 

명암이 교차하는 침실은 그윽한데

 

창으로 투명한 신록 빛살처럼 흘러든다

 

 

바람 이는 너 능선은 아카시아 향기 날고

 

얇은 천에 내비치는 분홍색 적곷판이

 

그날 밤 맑은 하늘에 달꽃으로 인화되다

 

 

만추

 

 

우리 삶을자로질러 방금 누가 지나갔다

 

얼룩 한 점 없이 숨을 벼린 맑은 기운

 

다홍빛 타는 별들이 땅끝으로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