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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임순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6.25 10:3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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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순

경남 창녕 출생

2013년 <부산시조> 신인상과 <시와 소금>으로 등단

2013년 연암청장관문학상과 공무원문예대전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

시조집 <경전에 이르는 길>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 국제시조협회, 부산시조시인협회, 부산문인협회,

부산가톨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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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울거든

 

 

꽃향기

퍼 나르는 사월 바람 부산하다

 

들머리밭 아지매한테

참깨 언제 심느냐니

 

"뻐꾸기 뻐꾹 뻐꾹 울거든 그때 심으이소"

 

숲속을

둘러봐도 죄 소리만 걸려 있는

 

구성진 울음 장단

눈물없이 울기 좋은 날

 

참깨 꽃 이야기 나비처럼 펄럭인다

 

 

앳된 거울

 

 

담 너머 기웃대던 분꽃이 소녀야

 

오래된 숨바꼭질 봄볕에 흐드러진다

 

되짚어 아슴한 시간 별빛도 총총했다

 

빛바랜 사진첩 속 거울의 날 푸르른데

 

설익은 열여섯 살 앳되고 앳된 계집애야

 

거울은 곡 품어주었다 가슴이 바래지도록

 

 

비어 있어도

 

 

소나기

올까말까

꽃들은

필까말까

 

너를 두고 넘겨보며

애가 타던 날들이

 

어느덧

바람의 여백

찰랑이는 여기까지

 

 

동치미

 

 

뒷마당 장독 속에 가을 텃밭 익고 있다

삭풍이 건들대다 눈발이 들치기도

열사흘 얼쩡인 달이 얼얼한 귀때기가

 

깊은 독 웅크려야 갖추갖추 어우러져

매운맛 들적한 맛 아린 맛 밍밍한 맛

제 본성 드러내놓고 기다림도 곰삭아

 

하마나 익었겠제 뒷 모퉁이 동동걸음

살얼음 양푼이 째 톡 쏜다며 맛보라시던

시려서 더욱 따스한 내 어머니 아린 맛

 

 

울음 향연

 

 

햇살 깊던 가을밤은 푸른 여운 환하다

풀벌레 여린 소야곡 흥건히 젖는 달빛

그리움 옷깃 여미며 설주를 넘는다

 

못다 운 내 슬픔도 마저 풀어 울라고

달빛 자락 붙들고 저리도 울어대나

계절은 잠 못 들고서 하얗게 깊어 가는데

 

어둠은 고요마저 에돌아 사위어서

쉼표 없는 구애 노래 브르다가 울다가

어느새 풀벌레 한 마리 내 귓속에 키운다

 

 

 

울역*

 

 

 

씨줄날줄

어긋난 생 기차는 떠나는데

진눈깨비 붐비는 낯설고 물 선 서울역

꼭 한번 울어야 한다는 울역을 아십니까?

 

냉기 어린

웅크린 등 울컥 울컥 치미는 사연

허기에 저당 잡힌 꿈 아지랑이만 가물대고

빈 가슴

깡소주 붓고 거친 매듭 풀고 있다

 

밤늦도록

그 사내 돌무처처럼 꼼짝 않는데

별똥별 떨어질 때 세상의 끈 놓았다던가

오늘은

언 몸뚱이로 울역을 울어본다

 

 

*서울역을 노숙자들이 부르는 말. 여기에 오면 한 번은 울어야 한다는 뜻과 서울역의 '서'자를 빼고 울역이라 일컬음

 

 

지금도 내 귓 속엔

 

 

붉은 물집 살갗의

이울어진 생의 결들

 

음파로 되감긴 귀 오래된 축음기인가

 

아득한

시간의 저쪽

소리 하나 날아든다

 

한쪽에 몸 기울이면

아직도 흥얼대는

 

"목단꽃, 저래 곱다 혼자서 우째 다 보노"

 

어머니

유선을 타던

그 목소리 쟁쟁하다

 

 

오늘

 

 

어제는

꽃이 졌다

급한 전갈 굽이친다

 

닿고 닿인

찰나의 숨

지금의 나는 어디에?

 

오늘을

산다는 것은

가난한 내일을 닦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