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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한희정 시조시인 작품방 2 등록일 2017.11.20 20:3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452

 


한희정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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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제주도 서귀포 출생

2005년 <시조 21> 등단

시조집 <굿모닝 강아지풀> ,<꽃을 줍는 13월>

제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제주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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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매미

 

 

가로등 만개한 밤을 하얗게 새고 있다

팔뚝 옹이마다 아프게 껍질을 깨고

어둠 속 삶의 흔적을 땅 위에다 펼치며 

 

연륜이 짧은 만큼 목소리만 커졌구나

낮 동안 못 다 이룬, 그래 사랑은 지금이야

마지막 밤의 창가에 뒤척이는 여름밤

 

 

 

귀농일지

-귤을 따며

 

 

속 좁아 터질 듯이 잔소리 깨알같고

변할 것 같지 않던 생고집 초록의 말

 

그 마음

이리 큰 줄은

나 이제야 알았네

 

하루가 지날수록 서툰 손짓 익숙해져

마이다스 손이라며 환히 웃는 초보농부

 

새콤한

그 시간 넘어

깊은 정도 들겠네

 

 

 

오일장 벚나무

 

 

겨울 넘긴 가지들이

봄 마중 끝냈나 봐

눈 질끈 감고 섰던 가지 끝에 실눈 뜰 즈음

올일장

뻥튀기가게

얼굴들이 붉었네

 

성급한 계절 앞엔

꽃들도 설레나 봐

좀처럼 열지 않던 할머니 푼돈 몇 장에

좌판 위

미리 온봄이

강냉이 한 줌 더 얹네  




한울타리 꽃




높이 오를 수록 돌아갈 길은 멀어

과수원 귤나무에 누가 먼저 주인인지

은근히

시치미 떼며

넝쿨손을 뻗었다


여린 척 악착 같던 옥자네 새엄마 같은,

지금도 저 꽃처럼 숱이 적어 투정일까

불현듯

얌체 같았던

올림머리 그 여인


그해 여름 넘고서야 무성했던 임소문

한사코 매달리는 제 분신 남겨 놓고

해얗게

눈물 다 털고

생을 끌고 떠났다




섬 산수국




어젯밤 사락사락 예까지 내린 별이



접이우산 펴기도 전에 소낙비를 맞았네



나무꾼 그 눈빛 같은 푸른 옷이 젖었네



사람찾기 사이트도 나무꾼 행적 몰라



올레꾼 눈맞춤에 행여 따라 나설까만



소금끼 눈물 꼭 찍는 저기, 저 꽃 흔들려




술패랭이꽃




갯내음 올레길에 배시시 웃는 저 여인

술렁술렁 왔다가는 물이랑을 타이르며

핑크톤 파마머리도

끝이 살짝

풀렸네


잠시 떠나 살았어도 피할 수 없는 태생인지

남루한 세상살이도 몸은 늘 가벼웠네

망사리 꿈을 건지던

해녀의 딸

예 있네




넝쿨손




빈 집터 하늘 닿을 듯

휘휘

오르는

저거


이가 없어 먹지 못해 손녀딸 쥐어 주덙,


할머니 마지막 길에

놓고 떠난

  배




능소화




이를 어째, 밤을 넘다

치맛자락이 걸렸구나


이마에 주홍글씨

아프도록 새겨놓고


날 봐라,

능청스럽게

얼굴 들고 서 있네




시장골목 담쟁이




속 비운 내장 같은

보성시장 골목 들면


숭숭한 담벼락에

성수 갚은 물보라


한바탕 훑고 간 자리 앞치마를 펼치지


손 관절 뒤틀려도

아우성은 푸르러라.


시간의 증발만큼

비린내 배었어도


성당 밖, 반쯤 엎드린 지폐 몇 장 있었지




겨울 멀구슬




이쯤이면 '웃뜨르'도 일곱 물 바다 같다


만조의 시간 지나 다 드러난 잔가지에


당고모 쌓인 세월이 알알이 절고 있다


육십 년 사설만큼 사탕 가득 인정 걸고


알 듯 말 듯 저 혼잣말 목젖까지 차올라도


물러진 멍울만큼이나 난바다 뭇별로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