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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박홍재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1.16 22:0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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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경북 포항 출생

2008 <나래시조> 신인상 등단

시조 동아리 <예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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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며

 

 

 

옹이 진 가슴에다 빗장 꽁꽁 걸어 놓고

단단히 대못 몇 개 비스듬히 못질한 채

나만의 문을 잠그고 울타리를 둘렀다

 

답답함에 한 번씩은 문을 반쯤 열어 보고  

푸릇한 풀빛 내음 산새 소리 취하여서

창문도 닫는 걸 잊고 마음마저 빼앗겼다

 

나이테가 굵기 전에 가슴 한쪽 열었으면

덜컹이는 창문 저편 구겨졌던 삶의 조각

다림질 꾹꾹 눌러서 햇볕 쬐게 내걸었다  

 

 

 

재개발 지구

 

 

 

반쯤 헐린 집채 곁에

멀뚱히 선 전봇대

얼기설기 얽힌 인연 아직 끊지 못하고

동강 난 전깃줄들만

바람곁에 흔들린다

 

무너진 담벼락도

흩어지면 외롭다고

서로를 보듬으며 온기를 찾아봐도

굴착기 등 굽은 소리

어깨너머 들린다

 

 

 

돌탑

 

 

 

외진 곳 지키면서

홀로 아픔 껴안는다

 

희망을 다듬어서 정성 얹어 놓은 자리

 

하나씩 쌓여가듯이

꿈을 키워 올린다

 

바람도 끊임없이 오가며 들은 얘기

 

귀 열고 기다리는

하늘빛 새겨 담아

 

나 또한

간당간당한 오르막을 오른다

 

 

 

다랑이 논

 

 

 

눈높이 층층 계단 개금발로 선 논배미

 

저녁 답 산 그림자 갸웃하게 견줘보니

 

비탈을 그린 포물선 활 등 같은 태극무늬

 

등골이 휘어지도록 지게 짐 흙을 날라

 

아버지 굽은 등에 얼룩으로 남은 눈물

 

봄 햇살 헹구어 놓은 잔디밭을 일구셨다

 

손수 심은 마루나무에서 까치집도 올려놓고

 

논귀 밭귀 땅 고르며 저 세상을 그렸을까

 

논두렁 베고 누워서 묵정논을 지키신다

 

 

 

 

엉겅퀴

 

 

 

가슴에 품어 안은

정이란 끈적거림

 

환하게 웃음으로

맞이하는 가시 속에

 

새소리

향기로 담아

고갯짓이 붉었다

 

 

 

소나기

 

 

 

여름날 건너면서

메마른 오지랖을

 

번갯불

우렛소리

두들기도 꿰매면서

 

잎 한 촉

틔우기 위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옹달솥

 

 

 

고향햇살 받아들면 떠오르는 당신 생각

뜨겁게 피워냈던 가슴 태운 등솥* 불을

솥전에 눈물이 뚝뚝 속앓이를 게웁니다

 

솥뚜껑 닦아 내면 따사로운 행주 온기

부엌문 문틈 새로 지는 해 따뜻한 기운

오롯이 사리로 재워 저녘밤을 짓습니다

 

*등솥: '옹달솥의 방언(경상)

 

 

 

신축 공사장

 

 

 

콘크리트 생살에서 내뱉는 독기처럼

모서리 툭 불거져 옷자락도 움켜잡고

곳곳에 너를 노리는 야생들이 도사렸다

 

난간 없는 층계마다 아찔함이 진을 치고

디디는 한 발 한 발 걸려드는 철골 잔해

박살 난 유리조각도 날 세우고 올려 본다

 

새우깡이 바스러져 삐죽이 내민 봉지

그 옆에 막걸리병 위해서 누워 있다

입 다신 새참 거리가 저녁노을 닮았다

 

 

 

단풍 들 무렵

 

 

 

옻나무

가지 끝에 묻어 있는

가을바람

 

산새가

꼬리에다

듬뿍 찍어 다니면서

 

여름 내

마음 주었던

가지 끝에

매답니다

 

 

 

노을 질 무렵

 

 

 

물결이

그리다 둔

바람이 거들다 간

 

알금솜솜 모래 늬

노을 빛 음표 위로

 

키 잡은

꽃게 한마리

현을 뜯자

파도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