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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임성화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12.18 20:0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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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화

1960년 경북 청도 출생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집 <아버지의 바다>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현재 울산시조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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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염전

 

 

고뿔 앓던 바다는 제방을 넘지 못한다

밀물이 그리운 화판 빗장을 굳게 내걸고

호황기 근육질 사내 그 가래질 생각한다

 

한 겹 한 겹 한지 뜨듯 하늘을 걷어내는

가래질 서걱서걱 물의 영혼 달래가며

몇 트럭 소금자루가 야적장에 쌓이고

 

개펄의 강철바람 절겅절겅 잘려나간

잘 딲인 유리판에 다시 끼운 원판 필름

눈썹달 메이크업하듯 구도 잡고 앉는다

 

함석문 틈새 바람 뼛속 깊이 들어앉아

삐걱이던 골다골증 신음하던 아버지는

쇠락한 자궁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방음리*

 

 

청도땅 운문댐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구름 한 단 졸고 았는 들머리 감나누 집

오늘은 손님 오려나 까치 깍깍 울어댄다

 

참숯 태워 끓인 쇳물 조선솥 굽던 방음리

불매불매 불러가며 접일로 정 쌓았던

그 시절 동네 사람들 하나 둘씩 다가온다

 

새벽 길 종종대며 장에 간 어머니는 

해 떨어져 못 오시나 물안개만 피는 언덕

호야등 들고 나온 달, 묵화 속에 잠긴다

 

 

*경북 청도 운문댐에 수몰된 부락

 

 

밥줄

 

 

동네 앞 과일가게 쭈그러진 화물차에

 

허리 굽은 노부부의 밥줄 같은 거미줄

 

지난 밤 다녀간 봄비 그네를 타고 있네

 

 

 

 

가고 온 모든 것이 길 아님이 없었다

십 분 반 내 발자국 돋을새김 남겨 놓고

긴 꼬리 혜성이 되어 먼 미지로 가고 있다

 

큰 무리 가창오리떼 하늘길 들며 날아

칼바람 찬 기루가 목숨을 조였다 풀고

갈 곳은 가야한다며 끌어안는 저 몸짓

 

짐승처럼 드러누운 바다의 고요함도

잔잔한 뱃길 하나 내어줄 때까지는

흰 이빨 거친 파도와 밤새 사투 벌렸을

 

 

오곡도*

 

 

오곡도 몽돌밭에 숱한 사연 모여 산다

하나로 옹글어져 하늘을 내려놓고

궁글린 파도의 등허리 둥근 해도 싣고 온다

 

발걸음 찰박찰박 오선지 넘나든다

접혀진 악보 다시 펼쳐드는 뱃고동

서로가 서로를 안고 돌림노래 불러간다

 

*통영 앞바다 작은 섬

 

 

은현리 당산나무

 

 

몇 대를 천식 앓는 미이라 동구 할배 

그나마 가슴 한켠 딱따구리 집 내주고

아직도 감감 먼 소식 눈 못 감고 버틴다

 

책으로는 못다 쓴 마을의 묵은 전설

개화기 설핏 눈뜬 안개에 길을 잃어

일시에 덮쳐온 해일, 말도 글도 쓸려갔다

 

화사한 옷을 입고 거울 앞에 내가 선 듯

팔랑팔랑 푸른 하늘 꽃나비 날던 날에

저 할배 아린 가슴은 달빛 한 줄 박힌다 

 

 

 

낮거리

 

 

안개긴 낀 처용암에 하현달 숨어든다

둘은 네 것이요 둘은 뉘 것이뇨

개운포 무대 위에서 입춤 펼쳐 보인다 

 

 

 

석굴암에서

 

 

 

눈 감고 가부좌 튼

부처님 콧잔등에

 

왕파리 한 마리가

손발을 비벼댄다

 

나 또한

그 파리 앞에

머리 가만 조아린다

 

 

 

운문산 가을

 

 

 

일몰에 자지러지던 운문사 쇠북소리

내 고향 운문산세 학춤 추다 나래 접고

살며시 내린 산그늘 시냇물을 끌고 간다

 

이 가을 어디쯤에 내 삶도 물이 드나

어쩌지 못한 그리움 어머니 보고 싶소

불효를 대신해 우는 부어 오른 갈대 울음

 

보내고 맞이함이 한 그루 나무 같고

왔다 가는 인연 한 장 낙엽이라 해 두면

봄은 또 저만치에서 새싹 틔워 다가온다

 

 

평행선

 

 

 

평행으로 달려간다

꼭지점에서 만나자는

 

선과 선사이

무한량 다가가도

 

바람은

한낱 꿈인가

잡히지 않는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