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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제만자 시조시인 작품방 1 등록일 2017.08.20 16:0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796

제만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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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만자
경남 양산 출생
1989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행간을 지우며>, <화제리, 그 풀잎>, <붉어진 뜰을 쓸다>, <강을 보는 일>
제4회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제31회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현재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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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분 하나 못 다독인 마음의 짐이 있어
그림자 진 쪽 보며 내 안을 주시한다
눈부신 꿈의 머리맡 또 한 차례 여닫으며
 
하늘 길이 내려뵈는 병실에 가을이 와
마른 어깨 풀잎처럼 가던 이가 있었다
그 인연 멀어지던 날도 나를 비쳐 마주섰지
 
언제나 보내고는 답답함에 머뭇대고
가을도 주섬주섬 마음의 짐 추스르나
한쪽이 마냥 무거워 턱을 괴고 앉는 것이
 
 
 
쑥부쟁이
 
 
뒤척이며 지낸 날들 굳게 입 다물고
 
다시 뜨거운 별 아래 맑게 피는 꽃 봐라
 
세상의 시름도 잠시
 
피었다가
 
지는 거
 
 
 
여행
 
 
오늘도 우리는 먼 곳으로 여행을 한다
 
사막의 끝이거나 정상에 오르는 일이
 
서로 더 갈망키 위해 손 흔든 약속이듯
 
우리의 여정이  필요 없이 먼 것도
 
결국 사는 동안은 낯선 어느 길에서
 
발 씻고 나무의자 하나 쓸쓸히 맞는 거라서
 
 
 
겨울 길목
 
 
이미 다 마른 것을 어르고 매만져서
행인들 무심히 제갈 길 가는 길에
 
할머닌 그릇 서너 개로
또 장을 열었다
 
분바르고 구색 갖춰 길나선 적 없지만
가뭄에 그러안은 저 푸새들 거둘 땐
 
수천 번 찍어 말랐다
한 줄에 묶여 바스락댄다
 
 
 
강을 보는 일
 
 
강을 보며 서는 날이 점점 잦아지다
 
굽이쳐 잠겨드는 저 대목을 못 풀고
 
살면서 자잘한 일이 한 점에 불과한 때
 
없는 벽에 부딪혀 흥얼대며 걷다가
 
손에 든 말言語 또한 무겁다 느껴질 때
 
점점 더 가득해지다
 
강을 보는
 
그 일
 
 
 
구포역, 노을
 
 
역 앞을 지나 외길 걷듯 가는 사람들
 
강은 긴 꼬리표를 언제 와서 내렸을까
 
그곳이 짐인 날에도 일상처럼 환히 진다
 
해 질 녘 서쪽하늘 날개 접은 새가 되어
 
설레는 칸칸마다 곤한 발 끄는 소리
 
추억의 한밤을 새러 귀로에 선다, 저기 저 집
 
 
 
아버지
-설날
 
 
까치는 어제 울고 오는 손을 기다린다
둘러봐도 하나뿐인 아들 타령 길어서
뒷동네 먼저 들리시나 한참 만에 오신다
 
계절보다 앞서 나가 골진 흙을 고르다
한 사발 막걸리에 겨우 목을 축이고선
못 잊어 가신 들길을 그리워 또 나가신다
 
세상 어느 화폭 위에 아버지의 길이 있다면
입던 옷 갈아입는 아버지 그의 삶은
싸릿대 푸른 내 도는 저 묵빛이지 싶다
 
 
 
공간
 
 
그 해 여름 내내 한의원을 들락거렸다
밖으로 향이 새는 굽 낮은 이층집에서
계절이 문 넘는 것을 몸이 먼저 알아챘다
 
사람 역시 오래면 쓰던 무츺도 녹슨다나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대침이 가로놓인
뭔가가 빠져나간 듯 마음 오솔한 날이었다
 
한때 전망 좋은 방 한 칸 갖고 싶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방 하나씩 늘리는 거
고장 난 힘줄의 뒷골목에 또 램프를 켜는 저녁..
 
 
 
문 밖에서 듣는 경
 
 
설법전을 기웃대다
 
그냥 돌아 나왔습니다
 
한 시절 밀려들던 회색빛 긴 겨울
 
민들레 햇살 굴리는
 
그 경에 얹고 왔습니다
 
 
 
구포만세길 1
 
장터 옆을 틔워 길게 이은 만세길
 
그 무엇에 발목 잡혀 차마 길 뜨지 못한
 
순수한 사람들 소리 그 외침이 들린다
 
그때처럼 든 것 없이 맨손으로 서성이다
 
장날도 아닌 날 북적대는 등짐을 메고
 
진중한 울림에 젖은 봄 문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