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애자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11.19 20:2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58

 

 

이애자.jpg

 

-------------------

이애자

2002년 제주작가 등단

대구시조시인협회 전국시조공모 장원

시집 <송악산 염소 똥>, <밀리언달러>,<하늘도 모슬포에선 한눈을 팔더라 >

---------------------

 

하현달 2

 

 

세상 속으로 구멍 반쯤 뜷고

별빛달빛 드리워

 

떡밥 같은 눈발 흩뿌리는 하늘이

 

덥석 문

날 놓아줄때까지

잔챙인 줄

몰랐네

 

 

 

거미

 

 

 

생의 마지막에 가셔야 덫에서 풀린

팔월, 아침햇살 소리없는 난사에

집요히 살 뿐인 우산

허공에다

펴 놓은 채

 

아들 셋 딸 다섯은 고혈압 수치셨다

산입에 풀칠 바빠 바늘 끝 세우시던

아버지 빛나는 투망

죽어 저렇게

깁고 있다

 

 

 

오래된 계단

 

 

고화질 햇살 앞에 명암이 엇갈린다

결결이 만능공구 손때 묻은 난간에는

아버지 수액이 흐르던 푸른 날도 있었을

 

저 하나 바라보는 식솔들의 눈빛에

몸으로 버틴 생애가 예각으로 기울고

답 없는 가을 그 길로 폐색 짙어 가더란

 

뒤늦은 시간에 와 붉은 주단을 펴는 낙엽

독주에 목마르던 하늬바람 뒤꿈치로

식물성 신음소리가 삐걱삐걱 밟히더라는 

 

 

 

시월

 

 

 

핑 도네

오만설움

가을 끝을 저길 줄...

 

순순히 등을 내민 풀꽃들을 밟고 와

 

밤이면

가슴 후비는

내 창가에

바람

소리

 

 

 

억새꽃 봄

 

 

 

가랑가랑 가랑이 사이

찔끔찔끔 내리는 비

 

누적강수 1밀리에도

봄날은 축축하네

 

자꾸만 요실금 같은

가랑비에 손사래 치네

 

 

손난로

 

 

어머니 겨드랑이에서

꺼내주던 따뜻한 손

 

핫팩 포장지 풀며

옛 추억도 풀자 "맞다 맞다"

 

남편의

노란 눈빛이

보온으로

작동된다

 

 

 

분꽃

 

 

 

누가 저 풋내기의

입술을 훔쳤을까

 

9월이 다가도록

분첩 닫지 못하는

 

자줏빛 첫사랑 앞에

립스틱이

슬픈

 

 

 

 

개미

 

 

깨끗이 시 한편을 먹어치운 커서

 

모니터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은 있다

 

단단히 허리를 조이는 6포인트 병정들

 

 

 

 

모슬포 길

 

 

 

이승에 다 내어준 무덤들의 빈 젓을 보네

 

잔술 한 잔에 만사오케이 돌챙이 고모부님도

 

죽어서 더 평등해진 공동묘지 가는 길

 

 

 

송악산 염소 똥

 

 

 

송악산 가시바람엔

한약냄새가 난다

 

산은 염소 똥을 먹고

염소는 산을 먹는다

 

굴러도 티 하나 안 붙을

저 성깔로 생겨서

 

쇠똥구리 집채만 한

고집으로 살아 온

 

험한 길 마다않고

절벽 타던 목바름이

 

바다 빛 결백함으로

송악산에 뿌린 풀씨

 

한나절 무용담으로

끝이 없을 늙은 염소

 

이 빠진 저 외뿔로

터전 닦던 내력들이

 

송악산 벼랑 끝에다

말뚝 박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