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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영기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9.12 10:5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16

=======================차 례 ================================

빨래터 전설/ 곡비哭婢/ 고추밭에서/ 시집/ 달빛 항아리/ 봄날은 간다/

동반자/ 뿌리를 찾아서/ 나도 동백꽃/ 왕고집/ 물영아리/ 성산포 산조/

============================================================

빨래터 전설

 

딱따구리

 

그 소리 장단 맞춰

 

빨래는

뒷전이고

방망이질

화풀이

 

아드득 두들겨 패며

 

흘려보낸

자국.

 

 

곡비哭婢

 

폐원에

켜는 톱날

소음을 들었을 뿐

 

베어져

나뒹구는

속살을 보았을 뿐

 

콩생이

적막을 깨는

호곡성이 있기 전.

 

 

고추밭에서

 

붉은 고추 꼭지에 저항의 기미 있다

 

불화살 쏘아 올려

과녁을 뚫으리라

 

저마다

당찬 결의로

이마를 묶고 있는

 

누구엔들 없었으랴, 땡볕에 타던 정열

 

어깃장만 놓다보니

제 때를 놓쳤다고

콩새가 대신 절규한다,

 

아린 울대

더 붉다.

 

 

시집

 

 

서가에

서 있을 때

 

좌판에

눠 있을 때

 

걸어간다, 무성한 숲

 

기다린다, 잠자는 묘

 

그 사이

줄다리기하는

만인萬人 향한

짝사랑.

 

 

달빛 항아리

 

 

달빛, 내려스며

 

민 바닥 출렁이는

 

비워도 늘 그대로

 

만월이 기울 시점,

 

빈 가슴

 

흘러넘치는

 

거문고 뜯는 소리.

 

 

봄날은 간다

 

하늘의 순한 빛도

땅 위의 부신곷도

시한부

생이 가듯

봄날과 함께 간다

 

가는 게 봄날뿐이랴

가고 없는

텅 빈 둥지.

 

동반자

 

 

구차한 객 하나가 어찌어찌 연을 맺고

 

사랑채 첫 발 디뎌 식객 된지 오십년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정 아닌 상전이네.

 

비만에 고혈압, 당뇨란 가신 앞세워

 

요새에 깃발 꽂은 무소외 장수처럼

 

내밀한 구중심처의 사초를 들춰내네

 

혼절한 손 잡아주며 동반자란 한마디!

 

그것도 하릴없는 허명의 처방이라도

 

염엄동에 피운 납매는 도반의 꽃 아니던가.

 

 

뿌리를 찾아서

 

그대여 몽골 초원에 흰 말뼈로 집을 짓자

구름이 일시 멈춰 몽고반점 비친 곳에

그들이 까마득히 떠난 딴 세계를 그려보자

 

제주바람 묻혀오는 '이어도 사나' 해녀노래

지평 끝 소실점인 듯 지켜 선 돌하르방

케르의 배꼽자리에 지문을 찍어놓자

 

지구를 돌고 돌아 청마가 제자리 올 시간

조랑말의 눈물은 바람결에 오는가

흉노의 순장 무덤 속 잡힐듯한 비밀번호

 

 

나도 동백꽃

 

샘내는 눈보라에

꽃 소식 아득한데

 

흰 계곡 꽃등 달고

저 홀로 붉고 붉다.

 

내 미처

너를 몰랐네

 

이젠 나도

꽃.

 

 

 

왕고집

 

딱딱한

여름 풋감

제물에 풀죽듯이

 

당숙님

왕고집도

산수傘壽에 스러지니

 

말랑한

홍시 맛이네

떫고 떫던

그 말씀도,

 

 

물영아리

 

 

살면서

잊어버린

소중한

기억들이

 

모처럼 너를 만나 다시 살아나는 날

 

가슴에

마르지 않을

마중물이

오르리.

 

 

성산포 산조

 

 

섬에 갇혀 외롭다고 무적으로 우는 등대

이산의 가마우지그리움에 목이 메면

집어등 자진 모리에 부서지는 성산포

 

버릴 때 못 버려서 점 되는 것 있었지

그 마음 열어주는 분화구를 품고 싶어

일출봉 가는 길목에 가야금을 뜯는 갈대

 

가까이 다가서면 숨비기도 살가워라

섬하나 물마루에 재물인듯 올려놓고

저쑤워 보내드리는 영등 굿 연물소리.

 

김영기

1984년 제1회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동시 당선으로 등단, 제10회 <나래시조>신인상 당선,

2014년 4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에 '이상없음' 동시 실림, 현재 제주아동문예작가회 및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