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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홍준경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9.08 22:2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654

================================ 차 례 ===========================

산수유 만장 挽章/ 피아골 단풍/ 촛불 도로 켜다/ 이엉 엮은 범종소리/ 찔레꽃 애기상여/ 하늘 간 빨치산 아들에게/ 겨울 소포/ 가을 산동/ 섬진강 은유 33/ 벌교 꼬막/ 가등/ 하늘지진/ 잘난체 하지 말자/ 시집/ 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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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만장 挽章

 

꽃상여에 오를 날이 기별 없이 찾아오면

 

그 꽃은 산동마을 산수유였으면 좋겠어

 

치잣물 진하게 들인 삼베 수의 입혀서

 

천변 꽃길 따라 요령 앞세울 때

 

시리게 푸른 하늘 낮달이 술렁대고

 

우수수 지는 꽃잎이 손사래를 치겠지

 

바람결에 만장이 아픔으로 나부끼면

 

애절하게 울려 퍼질 상두꾼 상엿소리

 

하늘에 이를 때까지 하, 귀를 열고 가려 하네

 

 

피아골 단풍


 

호재성

풍문 도는

증권사

전광판처럼

 

피아골

애기 단풍

요 며칠

상한가다

 

불화살

댕긴 온 산이

환장하게 

유혹한다

 

 

촛불 도로 켜다


물대포 쏴댄다고

잡초가 쉽게 죽간디

생사는 신의 영역이여

잘 암시롱 그려

허리 휜 오얏나무 숲에 쓸쓸함이 환하다

 

십자가 성호 그으며 흔들리는 저 촛불

민초들 타는 가슴

시시때때 비추면서

꺼질 듯 꺼지지 않는

고래 심줄 같은 것이

 

무담시 벌집 건드려 몰매를 벌었당깨

어쩌자고 귀한 생명 담보 설정 허냔 말이여

외양간

워낭소리가

대못을 치고 있다

이엉 엮은 범종소리

 

 

해거름 발돋음으로

산문 나선 범종 소리

겹처마 단청 문양

오롯이 탁본 떠서

저녁답

당신 하늘에 무지개로 띄우겠소

 

등대같이 떠 있는

산마루 오두막 한 채

필설로 못 전한 말

소리 풀어 전하려고

횃불 켜

어둠 사르고 밤새라도 가야겠소

 

가다가 허공중에

허리 잘린 울림은

주섬주섬 불러 모아

오붓하게 이엉 엮어

초췌한 

그믐달 편에 유언처럼 전하겠소


 

찔레꽃 애기상여

 

 

쿡쿡 찌르는 가시 찔레

아야, 아야 피어나서

 

소곤소곤 귀엣말

몇 소절 주고받다

 

시리게 

푸른 강물에 애기상여 떠간다

 

 

하늘 간 빨치산 아들에게

 

 

원추리 꽃술 위에

메밀잠자리 한 마리

쥘부채 반쯤 펴서

젖은 꽃잎 말리고 있다

굽은 등 사려 밟고서

하루가 또 말없이 간다

 

해묵은 여순사건

하늘에 머문 하 세월이

섬진강 물길에 쓸려

무던히도 흘렀건만

저무는 이승 앞에

멈춰 있던 기다림 하나

 

얼마를 더 살아야

격랑의 여정 멈추고

눈감고 떠날 수 있나

아들아, 

가슴에 묻은 아들아,

이젠 눈물도 가뭄이구나

 

 

 

겨울 소포

 

한뎃잠 설핏 든

산수유 꽃눈 꺾어

 

남녘 햇살 한데 묶어

겨울 소포 보냅니다

 

시루봉 운해雲海한 폭도

구김없이 조리질해

 

화선지에 내 사랑

탁본을 떴습니다

 

먹물에 달빛이 번져

바람 따라 흔들리고

 

서둘러 봄꽃 가지를

꺾은 내가 철부집니다

 

가을 산동

 

1

산중에 섬이 되어 섬처럼 떠 있다가

바람이 등을 밀어 동네 밖을 나서면

초췌한 가로등 하나 내 모습으로 서 있다

2

올해도 산수유 농사 흉년을 선언했다

꽃술이 눈뜰 무렵 꽃샘추위 무서리까지

농부들 애타는 가슴, 가뭄 심한 논바닥 같다

 

3

뜬금없이 어젯밤에 군대 꿈을 꾸었다

중연의 가을 앞에 젊은 날이 어른거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것이 아닌가 보다


 

섬진강 은유 33

-산수유마을

 

 

정이 겨운 사투리의 동편제 판소리에

 

너덜겅 산수유꽃 절창으로 피어나네

 

천수답 물꼬를 트는 언약의 땅 거기 있지

 

샘에 띄운 조롱박이 넘실넘실 눈인사하고

 

여울목 차고 오르는 은어 떼 새 살이 찌네

 

그 품에 안기고 싶네, 지리산 산수유마을


 

벌교 꼬막

 

 

뼈대 있는

가문인지라

선창가

작부같이

 

녹록하게

입술을 

포개주진

않았다

어쩌지?

빗살문 열리자

간물

흥건한

 

가등


개울건너

저 가등은


한 낮엔

백수였다가


어둠이 넙죽 내리면 등대처럼 외등 켜고


한 뼘도


못 걷는 아픔


어둠 풀어


줍고 있네.


하늘지진

우르르 쾅쾅 태풍특보

하늘나라 지진발생


먹구름 파산하고

쓰나미 춤을 추고


한반도

2016 기상상황

역주행

기관차 같다.


잘 난체 하지말자


나름, 돈이 많아야


부자라고들 한다


‘비싼 집이 좋은 거고 화장해야 예쁘다고……’


하늘의 

별을 보아라,

오막살이


사립문도 없다.


시집


우편집배원 손에 들려 책 한 권이 배달 왔다

눈에 익은

시인의 언어


촌철살인

참깨 세 말

책 속엔

무수한 별들이

가을밤

얼개를 쳤다.


벌초


어머니는

하늘나라

꽃상여

소풍 가서도


한해 한 번 추석빔으로

출장미용 꼭 부르신다,


버선발

환한 모습이

보름달

묏등에 떴다.

 

홍준경 시인

1954년 구례

200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수기 공모 감사원장상 수상

시집 『섬진강 은유』『산수유 꽃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