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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오승희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8.22 12:3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379

========================차 례==============================

외출/ 뜬소문/ 슬픔의 역사/ 지난봄의 왈츠/ 줄/ 오래된 선물/

하지/ 처서/ 희망/ 숲의 말/ 대화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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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심심한 봉분 곁에 할미꽃 졸고 있다

 

먼 기억을 날아온

하얀 나비 한 마리

 

빙그르

꿈꾸는 날갯짓

 

몇 생이나 흘렀을까

 

 

뜬소문

 

 

삼 일 이상

아무도

너에게 관심 없어

 

세상이 흘린 말빚 왁자해도 다 지나가

 

가볍게 귀 비우는 아침

분리수거 된 상처

 

 

슬픔의 역사

 

 

기차는 떠났고 나는 여기 남겨졌다

세월이 허락한 망각은 쿨한 축복

웃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시간들은 흐르고

 

내 영혼의 무게는 점차 가벼워진다.

살 수 없을 것만 같던 나날들은 흐르고

더 이상 삶의 무게는 저울질하지 않는다

 

풍화된 시간은 어디로 가 쌓였을까

깊은 벽 담쟁이 긴 상처를 덮는다

아무도 기억 못하는 길목

기적은 다시 울리리

 

 

지난봄의 왈츠

 

쇼윈도 앞에서 눈길만 보내다가

아쉬워 돌아서면 도도한 너의 웃음

꿈에나 품에 안길까

삼삼히 감겨 오네

 

뭇 눈길 흘리던 요염한 다홍치마

꽃 한번 피고 지니 웃음도 순해졌나

어느 날 특가 세일 포즈도

가판대에 누웠네

 

 

 

헷갈리는 환승역 또 줄을 잘못 선다

타기 전에 알아 그나마 다행이야

멋쩍어 방향을 바꾸며 피식 웃는다

 

살면서 줄 잘못 선 일 어디 한두 번일까

줄어들지 않는 줄,  코앞에서 끊어진 줄

때로는 줄 속의 줄도 되지 못해 기웃대고

 

무엇을 기다릴까 어디로 가는 걸까

왜 여기 서있지 가는 길 이뿐인가

오늘은 대열을 이탈한다

줄 되어 내가 간다

 

 

오래된 선물

 

보내지 않아도 봄날은 가버리고

화장 짙던 모란도 한때,

그만 별이 되는데

 

맹세코 잊은 적 없는 넌

잊혀져

무엇이 될까

 

꽃은 피고 지고 피고

눈물 떨군 꽃자리

 

아픈 열매 하나쯤 모른 체 지나가면

이 세상, 천치 같은 몸날

처음 온 듯 다시 온다

 

 

하지夏至

 

 

꽉 찬 높이 뜨겁다 길게 든 빛의 시간

 

다 가진 듯 한창이어도 차면 기울더라

 

보일까 하늘아래 바람

응달이 자란다

 

 

처서處暑

 

 

보고는 곧 잊어버릴 거리의 간판을 본다

 

닿을 곳

모르는

내 마음의 소설집

 

신호등 세월을 점멸하고

 

그 건널목

서있다

 

 

희망

 

 

목마른 가지에 벅찬 울음 비치나 보다

묵은 상처도 그만 연둣빛 눈짓이다

 

저것은 살아남은 자의 기쁨

 

가슴 울컥,

너 온다

 

 

 숲의 말

 

 

사람이 사람인 건 간격間隔이 있어서야

 

참나무처럼 겨우살이처럼 향기 다른 홀씨처럼

 

너는 너, 나는 나 되어 가뿐하게 한데 살자

 

 

대화행 열차

 

 

안전선 안쪽일까, 바깥일까 지금 난

 

주황빛 꿈에 담긴 직립의 삶 오가네

 

믿어봐

비틀거려도 희망,

아직 달리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