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심석정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7.19 07:0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72

==================== 차  례==========================

항아리/ 서운암에 가면/ 겨울나무/ 감자/ 동백꽃/ 구절초/ 산행/ 연/

====================================================


항아리

 

 

결 고운 황토흙에 정갈한 물을 붓고

그대 그리는 맘 둥글게 사려 담아

손금에 쌓인 세월도 무늬 새겨 넣습니다

 

무른 듯 설익은 나도 불가마에 던집니다

서서히 불이 달면 잿빛 어둠 엷어지고

단단히 웅근 매무새 새 목숨은 받습니다

 

옷섶을 여며 앉아 먼 하늘 우러릅니다

내 살 속 출렁이는 아픈 생애 헹군 자리

정화수 항아리 가득 맑은 빛을 냅니다

 

 

서운암에 가면

 

 

통도사 서운암 뜰엔 배불뚝이 옹기가 산다

떡 벌린 큰 입으로 하늘 성큼 베어 문 채

곰삭은 시간이 쿵쿵 배냇짓을 하고 있다

 

이승 저승 다리 놓은 천필만필 모시 삼베

오색 물빛 곱게 들여 바지랑대에 널고 있는

노스님 등 굽은 몸짓이 허위허위 춤을 춘다

 

감로수 목 축인 햇살 산그늘 업고 나서는 길

풍경소리 독경소리 은근슬쩍 계곡물 소리

쪽물 든 손톱 밑 반달 비스듬 하늘에 걸고

 

가만히 옹기 옆에 키를 낮춰 앉아 본다

빈 만큼 차오르는 무욕의 푸른 바람

채우고 비우는 법을 그는 먼저 알고 있다

 

 

겨울나무

 

 

물빛 생각 지운 잎새

 

그마저 뚝 떨쳐내고

 

실핏줄 잔가지도 폭설 속에 다 내어 주고

 

하늘 귀 열린 나날들

 

바람소리 듣는다

 

 

감자

 

 

한 끼 식사를 위해 감자 톨을 깎는다

검은 비닐에 담겨 한쪽으로 밀쳐진 채

바깥이 궁금했던가 파란 눈을 내밀었다

 

세상이야 눈 뜨고 봐도 아득히 캄캄한데

이리저리 툭툭 차이며 구른는 법도 배웠다

더러는 날 선 모서리 온몸으로 받아내고

 

내 안에 두고 온 뿌리 상한 기억을 깎는다

칼날 지난 자리마다 뽀얗게 살이 돋아

하늘은 둥근 길 하나 지금 막 열고 있다

 

 

동백꽃

 

 

종일토록 너 그리워

울대는 내려앉고

 

뼛속 저 밑 진액까지

노랗게 토한 지금

 

흥건히 피를 쏟으며

밤이 뚝뚝 지고 있다

 

 

구절초

 

 

길조차 수척해진 그리움 풀린 자리

 

저문 날 그대 향해 뒤꿈치 살풋 들고

 

무너진 기억 한자락 백지 위에 놓는다

 

편지인양 날던 꽃잎 빈 잔 가득 넘쳐나고

 

옹이 져 박힌 설움 갈빛 바람에 풀려 온다

 

한 접시 여린 자태로 꽃공양을 올린 정토

 

사위는 순간 앞에 삶은 더욱 빛나는 것

 

흙 묻은 손을 덮고 굽은 가을 접어 보면

 

대궁의 마른 향기로 서사시를 엮고 있다

 

 

산행

 

 

골바람 한 손 퍼질러 얼굴 씻고 산길 간다

찌르륵 벌레 울음 귀를 세운 다람쥐

옥죄던 삶의 무게를 여기 잠시 부린다

 

발끝에 구르는 돌 낚아채는 나무 등걸

원시로 돌아온 지금 신의 피조물일 뿐

수피 속 흐르는 물소리 나를 잠시 방생한다

 

산정을 밟고 서서 먼 도심 내려다본다

바둑판 씨줄 날줄 뒤엉킨 삶의 질곡

마천루 끝없는 욕망 골다공증 앓고 있다

 

부딪쳐 깨어나는 한 줄 생각 쏟은 폭포

일상의 잡다한 티끌 물보라로 흩어 놓고

반듯한 뼈대를 세워 회귀의 길 다시 간다

 

 

 

 

역마살 바람 안고 흰 새가 솟아오른다

푸루루 떨친 목청 가슴 환히 씻어지면

세상의 현기증 온통 시원시원 흘러간다

 

내 안에 철썩이는 골 깊은 밀물 썰물

 

모나고 시린 일들 아득히 띄워 날리면

 

뻥 뚫린 가슴 가득히 푸른 물빛 새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