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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복근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7.19 07:0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34

============================ 차 례========================

인忍-파자破字/ 파자破字 11 -죄罪/ 지문 열쇠/ 독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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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忍

-파자破字

 

 

분노도 갈무리면 밤하늘 별이 된다

 

나비가 꽃을 그리듯 마음이 휘는 시간

 

달빛에 우려낸 눈물 무장을 해제했다

 

온몸에 고여 있던 욕망의 얼룩들은

 

뼈 속에서 우려낸 말

 

진국 같은 체온으로

 

벼려진 내 혀의 칼날 뜨겁게 끌어안고

 

 

 <시조21 2014. 겨울호>

 

파자破字 11

-죄罪

 

 

나는 죄 많은 사람

눈물로 쓴 참회록엔

 

하루에도 몇 번씩 죄를 짓고 살았다

법망罒은 옳지 않은 일非 걸러내지 못했지만

 

나는 내가 지은 죄를 알고 있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우기며

실실이 피어나는 꽃을 무잡하게 희롱하고

 

가벼운 혀끝으로 괴담怪談을 퍼뜨리며

풀잎 위에 이슬을 바람처럼 되작이다

 

비구름 몰려오는 날

야차夜叉가 되기도 했다

 

 

지문 열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심을 실감한다

아파트 출입문에 지문 열쇠 달렸는데

어머니 엄지손가락 문을 열지 못한다

아들 딸 젊은이는 쉽사리 열리는데

어머니 닮아 가는 아내의 지문까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새 아파트의 자동문

목메인 여든 세월 바지런한 성정으로

지워져서는 안 될 지문이 지워져도

‘내 삶은 지울 수 없니라’ 종요로이 웃으신다

 

 

 

독거 연습

 

섬에 와서 혼자 사는 법을 익힌다

밥하고 청소하고 넥타이를 고른다

아내는 수혈의 자양 뉫살처럼 흔들리고

어둡고 텅 빈 동굴 심지를 올려 봐도

숨쉬는 건 오래된 시계와 풍란 한 촉

나 홀로 살아가기엔 호흡이 너무 길다

때 절은 옷섶 위에 마른 땀 흘리면서

한 줄기 바람 따라 노숙하는 입덧마냥

그리운 이름을 헤며 윗도리를 벗어 건다

느리게 뛰는 맥박 내가 나를 의지한 채

골다공 낡은 관절 스스로를 증언하며

어느 날 주어진 독거 검불처럼 다독인다